[창간22-재계리더성장史] ④ 구광모 LG 회장, 미래를 몰랐던 20대 청년
[창간22-재계리더성장史] ④ 구광모 LG 회장, 미래를 몰랐던 20대 청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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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성그룹 장남으로 미국 유학···2004년 백부에 입양되며 LG 후계자 낙점
2018년 선대회장 갑작스런 별세로 경영승계···'상무'→'회장', 5단계 승진

서울파이낸스가 창간한 해 2002년 재계 역시 분주했다. 서울파이낸스가 첫 발을 준비하는 그 시간, 재계 오너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 당시 재계 오너들의 모습을 연재물을 통해 되돌아본다. 미래는 과거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구광모 LG 대표가 지난 17일 충북 청주 LG화학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구광모 LG 대표가 충북 청주 LG화학 배터리 양극재 공장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LG)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978년생으로 올해 46살이다. '재계 빅4'의 총수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이 기획의 의도에 따라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의 나이는 불과 24살이다. 아직 대학생이었을 구 회장을 두고 "LG그룹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가"를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는 본래 LG그룹의 후계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구광모 회장은 1978년 1월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서울파이낸스가 창간한 2002년 당시 그는 미국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유학을 하고 있었다.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만큼 그는 LG그룹의 후계자가 아닌 희성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된 시기였다. 

희성그룹은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회장에 의해 1996년 출범했다. 장자승계 원칙을 고수하는 LG그룹의 전통에 따라 장자인 구본무 회장이 그룹을 물려받고 차남인 구본능 회장은 사업부 일부를 떼어내 희성그룹으로 독립했다. 희성그룹은 현재 전자와 화학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의 운명이 뒤바뀐 것은 1996년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남인 구원모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직후였다. 1남3녀의 자녀를 둔 구 선대회장과 범LG가는 장자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후계구도에 비상이 걸렸다. 결국 2004년 구광모 회장을 구본무 선대회장의 양자로 입양하고 그룹을 승계하기로 결정한다. 

이후 구광모 회장은 2006년 LG전자 재경부 금융팀 대리로 입사해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는다. 구 회장은 LG전자에 2014년까지 재직하면서 재경부문과 HE사업본부, H&A사업본부 등 핵심 부서에서 경영현황을 배운다. 특히 2009~2011년까지는 미국 뉴저지법인에서 근무하면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노하우도 익혔다. 

2014년부터는 지주사인 ㈜LG에서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을 받는다. 구 회장은 ㈜LG의 시너지팀과 경영전략팀에서 근무하면서 사업 시너지를 파악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시야를 키웠다. 이어 2018년에는 다시 LG전자로 돌아가 BS사업본부 ID사업부장(상무)으로 근무했다. ID사업부는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솔루션을 담당하는 부서로 LG전자의 미래 먹거리인 B2B 사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LG그룹은 2018년 5월 18일 구광모 회장을 전면에 내세운 4세 경영을 선언했다. 이날 ㈜LG 이사회는 구광모 회장을 사내등기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5월 20일 구본무 선대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승계작업은 속도를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구광모 회장은 같은 해 6월 29일 LG그룹의 회장이 된다. 

대학생에 불과했던 2002년의 구광모는 자신이 국내 3위의 그룹사에 회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갓 40살이 됐을 때 그 순간이 찾아올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계획대로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볼 수 있지만, '구광모虎' LG그룹은 체질개선을 이뤄내고 비교적 순항 중이다. 

'전기차 캐즘'으로 다소 침체에 빠졌지만, LG의 전장·배터리 사업은 여전히 유망한 미래 먹거리로 손꼽힌다. AI를 앞세운 체질개선도 성과를 내고 있으며, 통신과 전자, 자동차의 시너지도 성공적이다. 이는 시대 변화에 한발 앞서 대응한 구광모 회장의 경영능력 덕이다. 

구광모 회장은 LG그룹의 회장이 되기까지 예정대로 되는 일은 없었지만, 회사의 앞날은 예정대로 갈 수 있도록 신중하게 길을 닦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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