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2/건설과 혁신下] 건설업계가 최근 주목하는 혁신 기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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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우선 투자 기술은 'BIM'···원가, 공정, 품질 등 분석해 주는 3D 도면 구현 기술
여러 사고 겪으며 '안전'도 주요 이슈···균일 품질 OSC·인력사고 줄이는 로봇기술 각광
기후문제 연관 사업으로 분류되는 건설업···탄소감축 등 친환경 관련 기술 개발 활발
올해 2월 완공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메르데카 118'. 왼쪽부터 BIM 프로그램 속 모습, 공사 현장, 완공 상태 디자인이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
올해 2월 완공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메르데카 118'. 왼쪽부터 BIM 프로그램 속 모습, 공사 현장, 완공 상태 디자인이다. (사진=삼성물산 건설부문)

과거 건설 현장에선 손으로 직접 그린 A0 사이즈 종이 도면을 보며 공사를 했으나, 현재는 종이 도면을 디지털화한 것을 넘어 AI가 원가와 공정, 품질 등을 분석하고 도면을 수정해주고 있다. 어느 업계나 똑같지만 혁신 기술 확보는 곧 업계의 생산성과 직결된다. 그러나 높은 원가율에 따른 투자 여력 저하와 낮은 R&D 메리트 등이 건설업계 혁신 의지의 발목을 잡기도 한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2회차에 걸쳐 업계에 필요한 혁신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건설업계가 혁신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기술 도입을 지속하고 있다. 업계의 고질적 문제인 안전과 인력난 문제, 또 기업 지속을 위한 환경 과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특히 전통적인 건설방식에 디지털 모델링, 로봇,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스마트 건설'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줄 대안이 되고 있어 건설사들이 앞다퉈 현장에 적용하는 모습이다.

18일 건설업계 따르면 혁신 기술 중 건설 공사의 생산성을 가장 획기적으로 바꿔놓은 기술은 바로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건설정보모델링)'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최근 '스마트건설기업지수'(SCCI) 발표에서도 'BIM 및 디지털트윈'은 전체 응답 건설사 중 45.7%가 최우선 투자 기술 1위로 꼽으며,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BIM은 개발 초기 2차원(2D) 도면을 3D로 전환하는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공사의 성패를 가르는 원가와 공정, 품질을 분석하고 구현하는 기술 전반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공정', '원가', '운영', '품질' 등 키워드에 맞게 3D 설계도면을 자동 수정하고, 반대로 도면 입력 시 원가와 공정 등을 산정하기도 한다. 현실과 동일한 3D 모델을 만들고, 현실과 디지털 세계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디지털 트윈', '메타버스'도 BIM 기반이다.

국내에서 이 기술을 적극 활용한 사례로는 설계도면이 복잡하고 비정형화 건축 모형으로 공사시간만 20년이 예상됐던 동대문 DDP가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이에 BIM을 적용, 4년으로 공사기간을 단축시킨 일화가 있다. 삼성물산이 시공해 올해 완공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축물 '메르데카 118'에도 이 기술이 사용됐다.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등 다수 해외 국가들이 사업 발주 시 BIM 국제표준인 'ISO 19650' 인증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현재 1000억원 이상, 2026년 500억원 이상, 2030년 300억원 이상의 공공공사 발주에 BIM을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BIM은 시공권 확보에 있어 핵심 경쟁력이 되는 추세다.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건설사 중에선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 △현대건설 △수대우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SK에코플랜트 등 7개사만 BIM 국제표준인 'ISO 19650'을 획득한 상태다. 중견사에선 DL건설 등이 받았다.

지난 5월 경기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 '로보틱스랩'에서 연구원이 원격조정으로 일본 오사카 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제어 시연을 보이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지난 5월 경기 용인에 위치한 현대건설 '로보틱스랩'에서 연구원이 원격조정으로 일본 오사카 현장의 타워크레인을 제어 시연을 보이고 있다. (사진=현대건설)

최근 건설업계가 가장 주요 이슈는 '안전'이다. 1군 건설사들이 짓는 아파트에서도 붕괴 사고·부실 시공 이슈가 터지며 이미지 타격뿐 아니라 막대한 비용적 손실이 발생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건설업계의 산업재해가 지속 늘어나고 있다. 인력 기반 사업에다가 특성상 옥외·고층·중장비 작업이 많아서다.

로봇·인공지능, 공장제작 및 모듈화 기술(OSC·Off-Site Construction)기술은 업계의 이러한 고질적인 안전 문제와 더불어 인력난을 해결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주목받는다. OSC는 건축물·모듈을 공장 제조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 품질 향상과 옥외 작업으로 인한 인명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 건설로봇·AI 역시 사람이 수행하지 못하는 고난도 작업을 수행한다.

현대건설은 2020년 건설로봇 전담팀을 만든 후, 2021년 건설용 '순찰 로봇'과 '작업용 로봇 기술'이 국토교통부 장관상을 수상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3년 연속 관련 수상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건설사 최초로 건설로봇 특화 연구시설 '로보틱스랩'을 열고, 올해 6월 외부에 공개했다. 시연회에선 고층 작업 타워크레인을 원격 조정하는 로봇 '타와레모', 고위험 정밀작업과 고하중 자재를 운반하는 '양팔 로봇', 빌딩 도장(painting)로봇 등이 공개됐다. 또 드론으로 찍은 건물의 외벽 이미지를 AI가 분석해 균열을 찾아내거나, 중장비에 사람이 접근할 경우 경고하는 로봇도 있다.

GS건설은 지난 2020년 폴란드 모듈러 주택 기업 '단우드'와 영국의 철골 모듈러 기업 '엘리먼츠 유럽'을 인수하며 OSC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국내에선 자회사 자이가이스트와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단독주택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 5월 전용 58.60㎡의 '자이가이스트 RM' 주택을 출시했으며, GS건설 자이(Xi)의 설계와 기술력, 인테리어 콘셉트 등이 적용됐다. 아울러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기술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OSC 고층 아파트형 공공주택 기술 개발 중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약 37%, 에너지 소비량의 36%가 건축물·건설생산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후문제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건설업계선 탄소감축 등 친환경 관련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올해 건설업계에서 '녹색기술'로 인증받은 대표 사례로는 포스코이앤씨가 개발한 '주거용 합성전이보 공법 기술', '비산먼지 억제제'와 롯데건설·두산건설·HL디앤아이한라 등이 공동 개발한 '배관지지용 4방향 흔들림 방지 버팀대 제조·시공 기술' 등이 있다.

합성전이보 공법은 철골 부분 전이보를 공장에서 선제작해 현장에서 단순 볼트접합으로 설치한 후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으로, 일반 전이보 대비 폐기물량을 약 85% 절감할 수 있다. 또 비산먼지 억제제는 △플라스틱 폐기물이 나오지 않고, △수질·토양오염, 생태독성 등 환경부에서 요구하는 모든 테스트를 통과, '인체와 환경에 무해'하다는 게 포스코이앤씨 측의 설명이다.

4방향 흔들림 방지 버팀대는 기존 2방향에서 내진 성능을 더 향상시킨 기술이다. 성능이 향상되기 때문에 기존 기술보다 설치 지점을 36% 감소시켜 탄소배출과 원자재 사용량을 줄이는 원리다. 500가구 아파트 단지를 공사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는 1만7567㎏에서 9032㎏으로 감소(51%)하고, 원자재 사용량도 6958kg에서 3479kg으로 약 50% 절약할 수 있다고 롯데건설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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