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결산-증권] 규모·여건 막론 실적 쇼크···구조조정 칼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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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울파이낸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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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 축포를 쐈던 증권사들은 1년 새 정반대로 바뀐 분위기에 울상을 지었다. 증시 침체 등 각가지 악재에 직면하면서 대형사·중소형사 할 것 없이 실적 급전직하를 기록했다. 이에 지난해 5곳에 달했던 영업이익 '1조 클럽'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레고랜드발(發) 사태까지 불거지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난관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권가에 퍼진 실적 쇼크는 구조조정 칼바람을 불러올 조짐이다. 일부 증권사는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사업부 폐지, 인원 감축에 나섰는데, 내년에도 현재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란 비관론이 잇따른다. 

◇증시 부진·자금 경색에 '반토막'···'1조 클럽' 전무 가능성 

증권사들은 올해 들어 쇼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증시 침체가 지속하면서 거래대금이 현저히 감소해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이 저조한 데다 그간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로 투자은행(IB)도 크게 꺾인 영향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부담도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분기 58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1조438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2.8% 급감한 수준이다. 수수료 수익은 2조9355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1.8% 감소했다. 여기서 수탁(1조1878억원)·IB(9926억원) 수수료는 각각 9.3%(1215억원), 32.7%(5830억원) 줄었다. 

증권사 규모 막론하고 크게 뒷걸음한 실적을 시현했다. 지난해 저마다 최대 실적을 거뒀던 당시와 판이한 양상이다. NH투자증권의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844억원이다. 전년 동기(1조601억원) 대비 무려 63.7% 급감했다. 미래에셋증권도 39.6% 감소한 7557억원에 불과했다.

한국금융지주와 삼성증권, KB증권, 키움증권 등도 지난해 최대 실적을 뒤로하고 반토막난 실적을 냈다. 이에 따라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던 증권사는 올해 대거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올 3분기까지 8234억원을 기록한 메리츠증권이 4분기 컨센서스(시장 추정치)인 1970억원을 반영하면 1조204억원으로 턱걸이한다. 지난해 선두였던 미래에셋증권은 4분기 예상치인 2108억원을 더해도 9695억원에 그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이달 25일 기준)은 15조9870억원이다. 전년(27조2929억원) 대비 41.4% 쪼그라들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증권사 위탁매매 실적은 올 3분기 누적 3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9000억원)보다 절반 넘게 급감했다. 금리 상승 추세 역시 뼈아팠는데, 3분기 기준 증권사 채권평가손실 규모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위기 역시 크나큰 악재였다. 

◇자금경색 우려에 유동성 확보 총력···감원 칼바람 조짐

증권사들은 유동성 마련을 위해 다방면으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증시 침체, 부동산PF 부실 등 겹악재로 자금 경색 우려가 팽배해진 중소형사 외에 대형사들도 불확실한 시장·업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특히 증권사 저마다 '몸집 줄이기'에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잇달아 회망퇴직을 단행, '덜 뽑고 더 내보내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은 지난달 말, 이달 초 각각 직원들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앞서 케이프투자증권은 지난달 1일 법인 상대 영업부와 리서치사업부를 폐지하면서 증권가 구조조정 스타트를 끊었다. 가장 최근엔 KB증권이 대형사로는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증권가의 감원 추세는 연초에도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PF 부실로 직격탄을 맞은 중소형 증권사들이 자금 확보가 절실해지면서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있다"면서 "내년에도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 이어진다면 감원 칼바람이 대형사에도 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일부 증권사들이 최대 실적에도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당시에 비해 그야말로 천양지차"라며 "증권사는 부진한 실적과 불확실한 업황이 이어질수록 성과 중심의 인사가 두드러지는데, 현저히 부진한 성과를 낸 일부 부서의 장(長)은 '칼질' 1순위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내년도 녹록지 않은 증권업황···증권사, 리테일 힘줘 '실적 방어'  

비우호적 업황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에도 증권업계는 어려운 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증권사들은 위기 타개와 실적 방어를 위해 저마다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주요 수익원이던 IB에 힘을 빼신 리테일과 자산관리(WM) 부문에 보다 주력하는 영업을 펼치고자 한다.

NH투자증권은 기존의 자산관리(WM)·나무(Namuh)·프리미어블루(PB) 등 3개 채널의 유기적 협업 체계 구축을 위해 '리테일사업 총괄부문'을 신설했다. WM사업부 산하의 WM지원본부는 리테일지원본부로 변경했다. 고객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리테일사업 경쟁력과 성장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KB금융지주는 박정림 KB증권 사장의 1년 연임을 결정했다. KB금융 계열사 대표 가운데 최장수 임기(5년)를 이어가게 됐다. WM 부문을 맡은 박 사장의 혁혁한 공이 인정됐다. 하나증권도 '리테일통'으로 정평이 난 강성묵 하나증권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등장했다. 불안정한 금융 시장 상황 속에서 IB에 편중돼 있는 업무 비중을 리테일과 WM 중심으로 손님 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하나금융지주의 결정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오랜 기간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했던 IB가 크게 주춤하면서 리테일이 실적을 방어할 핵심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증권사들도 저마다 관련 분야에 힘을 준 조직개편과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CEO 인사도 비우호적 업황을 타개할 전문성을 보유한 인물이 각광받고 있는데, 리테일·WM에서 괄목한 성과를 낸 이들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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