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이냐 입성이냐"···메리츠-미래에셋 불황 속 선두경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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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 작년 영업익 '1조 클럽' 달성 유력
미래에셋, 지난해 영업이익 9622억원 전망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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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지난해 증시 부진, 자금시장 경색 등 각가지 악재에 일제히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던 증권사들이 올해는 어떤 흐름을 보일지 주목된다. 올해 업황도 비우호적인 가운데 증권업계 '맞수'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벌일 선두 각축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지난해 업계 유일 영업이익 '1조 클럽' 달성이 유력한 메리츠증권은 올해도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발휘, 기세를 이어가는 데 주력하는 반면, 미래에셋증권은 사업 부문의 고른 성장으로 선두 탈환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 '1조 클럽' 달성·업계 1위 입성 '유력'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추정치·연결재무제표 기준)는 197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842억원)과 비교해 6.95%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한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8234억원까지 더하면 1조204억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기게 된다. 

최근 19분기 연속 1000억원대 순이익을 거둔 점도 단연 눈길을 끈다. 거래대금 급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 등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하며 증권사들이 '쇼크'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한 중에도 투자은행(IB), 트레이딩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실적을 시현한 결과다. 특히 주요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부실 우려에 신음하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 능력을 발휘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올해 연체 이자 회수와 비상장주식 평가익, 파생 관련 이익 등 일회성 이익을 대거 인식해 업종 내에서 가장 우량한 실적을 시현했다"며 "PF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점해왔기 때문에 실제로 손실이 발생하는 금액은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업계 자기자본 1위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50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년 동기보다 12.73% 감소한 규모로, 3분기 영업이익(7577억원)을 더하면 연간 9622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1조4858억원)보다 5000억원 이상 꺾이며 3년 연속 '1조 클럽' 진입에 실패했다. 이 때문에 업계 1위 자리를 메리츠증권에 넘겨줄 가능성이 높아졌다.

4분기 위탁매매수수료는 1127억원으로 약정 감소 추세대로 전 분기 대비 9% 감소하고, 기업금융 수수료는 452억원으로 15%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주선 수수료 소폭 반등에도 자문·기타수수료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반면 운용순익은 전 분기 평가손실이 기저효과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일부 운용 여건이 개선되면서 829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분기에 있었던 전환사채 평가손실 527억원이 이번엔 257억원 평가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며 "자본재배치에 따른 홍콩법인 3354억원 유상감자가 진행됐는데, 취득 및 처분 시점 사이의 환율 차이에 따른 환차익이 700억~900억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속되는 비우호적 업황에도 강점 주력···치열한 선두 다툼 

올해도 비우호적 업황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유의미한 실적 반등은 요원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실적 우려 요인으로 부각한 부동산 PF 이슈가 여전히 상존한 데다 증시 부진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 금리 상승 추세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메리츠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위기 타개와 실적 방어 방안에 골몰, 선두 자리를 두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사업 다각화를 유지해 성장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안정적인 자산 건전성 지표를 유지해나간다는 계획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향후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집중해 현재의 상황에 철저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태준 연구원은 "내년 이익은 올해의 일회성 요인들이 소멸하면서 감소하겠지만, 시장에서 우려하는 만큼의 수익성 훼손이 나타나지는 않을 전망"이라며 "IB 부문에서의 둔화가 얼마나 심화되는가와 보유 자산에서의 건전성이 어느 정도로 잘 유지되는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리스크 관리를 통해 밸런스 있는 실적을 창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혁신적인 전략을 세워 비즈니스 초격차를 확보하고, 11조원에 육박하는 자기자본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재무 건전성을 확보, '글로벌 톱티어' IB 도약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한다는 계획이다.

최현만 회장은 올해도 높은 시장 금리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되지만, 전 세계 자산 가격이 조정되는 과정에서 더 큰 성장의 기회도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고객동맹 강화 △전략적 혁신 추진 △투자 전문가로서 전문성·경쟁력 제고 등을 올해 추진할 과제로 제시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증권의 강점은 매 분기 8조원 이상의 투자자산에서 발생하는 분배금과 배당금 수익, 실질적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있는 해외 영업망, 추세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해외물 브로커리지 수익 등 지속가능 이익기반을 꼽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해외 부동산 익스포져가 크지만 국내 PF잔고는 1조9000억원에 불과하고 유동성에도 전혀 문제가 없는 상태"라며 "내년 IB수익은 정체흐름이 예상되지만, 브로커리지와 운용이익 개선을 바탕으로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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