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1년 만에 영업익 '반토막'···"하반기 더 어렵다"
석유화학, 1년 만에 영업익 '반토막'···"하반기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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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대산공장 NCC (사진=LG화학)
LG화학 대산공장 NCC (사진=LG화학)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실적이 불과 1년만에 반토막났다. 유가는 크게 올랐는데 경기침체로 제품 가격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크게 나빠진 것이다.

11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5132억원으로 지난해 1조3250억원에 비해 61.2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2670억원에서 5조9876억원으로 오히려 13.68% 증가했다.

다른 석유화학 업체들도 비슷한 형태의 실적 변화를 보였다.

롯데케미칼의 경우 매출이 지난해 2분기 4조3520억원에서 올해 2분기 5조5110억원으로 26.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940억원에서 214억원 적자로 크게 감소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도 매출은 지난해 2분기 1조3331억원에서 20.33% 증가한 1조6041억원을 기록한 반면, 영업이익은 2930억원에서 2280억원으로 22.18% 감소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매출이 2.0%(2조1990억원→2조2439억원)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은 -53%(7537억원→3539억원) 줄었다.

석유화학은 지난해까지만해도 사상최대 이익을 잇따라 경신하던 업종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현재 매출은 여전히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는데, 영업이익은 꺾였고 심지어 적자를 기록한 곳도 있다.

LG화학은 지난달 27일 실적발표 당시 "원료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제품 스프레드가 악화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유에서 추출한 납사를 다시 분해(NCC)해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등 기초 소재들을 생산한다.

그런데 올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납사 가격도 올해 4월 톤당 900달러 전후에서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약 570달러와 비교해 57%나 올랐다. 

하지만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 경기 둔화, 중국의 석유화학제품 생산 확대 등으로 제품 가격에는 원재료 인상 폭이 반영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 핵심 지표인 에틸렌과 납사 가격 차이(스프레드)는 올들어 손익분기점인 3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최근에는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달러까지 무너졌다.

문제는 현 시황을 탈출할 방법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경기는 불확실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글로벌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해 지난해 6.1%에서 올해 3.2%로, 내년에는 2.9% 둔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지난 4월보다 각각 0.4%p, 0.7%p 낮췄다.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세계경제전망 수정보고서 발표 후 별도 글을 통해 "세계가 곧 글로벌 경기침체의 가장자리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하반기 가동률을 낮춰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지난 1분기 이후 NCC 가동률을 80%로 낮췄다. 롯데케미칼도 3분기 국내크래커를 85~90% 수준까지 감산 운전할 예정이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가가 주춤하고 있지만 수요 감소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한샘 SK증권 연구원은 "수요 둔화에 따른 수익성 부진으로 화학사들이 가동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고, 단기적인 수요 회복 가능성도 낮은 환경"이라며 "3분기에 주요 화학제품들의 수익성이 추가로 하락하며 실적 전망치가 하향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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