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가계대출 총량관리와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강화 조치에 따라 대출한파가 내년에도 지속될 예정인 가운데, 중저신용자와 고신용자 간 희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총량규제 제외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한편, 가계부채 폭증 주범인 고신용자에 대한 규제는 이어갈 예정이어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지난달 금융당국에 제출한 내년도 가계대출 공급 계획에는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목표치도 포함됐다. 정부가 내년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각 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계획을 미리 받아보고 선제적으로 관리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저신용자 대출과 그 외(고신용자) 대출에 대한 목표치를 나눠서 따로 받았다"며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아니었고, 은행 자체적으로 올해 대비 중저신용자 대출을 어느 정도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주요 은행들도 올해 취급한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공급 계획 등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내년도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는 올해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옥죄기 대책으로 중저신용자 등 서민층의 피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당국이 이들 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
여기에 더해 중저신용자 대출을 내년도 총량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일 발표한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개별 금융회사가 수립한 중저신용자 대출취급 목표치를 총량규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란 기준이 사실상 없었고 은행들이 알아서 맞춰오곤 했었는데, 올해 워낙 이슈가 되면서 처음으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가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다"며 "당국이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한 것은 아니나 전반적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해야 하지 않겠냐는 정도여서 고민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내년도 가계대출 목표치를 당국에 제출했을 때 중저신용자 대출에 대한 목표치도 함께 제시했다"며 "당국 기조를 고려했을 때 최소한 올해보다 규모가 축소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중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은행들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앞서 인터넷은행들이 당국에 제출한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내년 말까지 이 비중을 25%로, 토스뱅크는 42%로 맞춰야 한다. 지난 10월 말까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14%대, 토스뱅크는 33%다.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 고객 확보를 위해 전용 상품과 혜택을 내놓는 등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반면,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절벽은 지속될 전망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면서 내년도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보다 낮은 4~5%대로 맞추려면 고신용자 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 은행권은 올해 대출 증가율을 6%대로 관리하기 위해 고신용자·직장인 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한 상태다.
당국도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발표할 때마다 가계부채 급증 원인으로 고신용·고소득자를 꼽은 바 있어 이들에 대한 규제 강화 기조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 제한 기조가 '신용'을 기반으로 하는 시장원리에서 과도하게 벗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 가계대출 전체적인 파이가 줄어들텐데,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면 상대적으로 고신용자들, 우량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금융사 입장에서도 고민이지만 신용관리를 잘하면 좋은 조건의 대출이 나왔던 기존의 상식이 뒤바뀌게 되면서 대출자들이 받게 될 혼란 또한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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