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신용자, 사잇돌대출 받기 어려워진다···중저신용자 70% 우선 공급
[단독] 고신용자, 사잇돌대출 받기 어려워진다···중저신용자 70% 우선 공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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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1월 사잇돌대출 신용점수 요건 신설
고신용자 대출절벽 심화···'역차별' 지적도
서울 한 은행 영업점 모습 (사진=박시형 기자)<br>
한 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박시형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금융당국이 올해부터 사잇돌대출 취급 한도의 70%를 중저신용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저신용자 기준을 벗어나는 대출자들은 70%에 달하는 한도가 모두 채워지기 전까지 사잇돌대출을 신청할 수 없는 셈이다.

고신용자들의 대출절벽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당국이 사잇돌대출에 대한 고신용자들의 접근 자체를 제한하면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달 사잇돌대출 신용점수 요건을 마련하고 총 한도의 70%를 중저신용자에 의무적으로 먼저 공급하기로 했다. 중저신용자에 총 한도의 70%를 먼저 공급한 후 나머지 30% 한도분을 고신용자에게 제공하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잇돌대출 보증기관인 SGI서울보증은 현재 당국이 마련한 신용점수 기준에 맞춰 중저신용자에만 보증서를 발급해주고 있다. 요건에 따른 사잇돌대출 중저신용자 기준은 신용점수 하위 30%(5등급 이하)다.

SGI서울보증 관계자는 "올해 1월 중저신용자와 고신용자를 구분할 수 있도록 신용점수 요건을 마련했다"며 "중저신용자에 전체 물량의 70%가 채워지지 않으면 고신용자는 신청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잇돌대출(Ⅰ)은 정부 정책에 따라 SGI서울보증의 보증으로 은행들이 중저신용자에 제공하는 금리 연 10% 안팎의 중금리대출을 말한다. 연소득이 1000만~1500만원 이상인 근로소득자·개인사업자·연금소득자를 대상으로 최대 2000만원까지 최장 5년간 대출해준다. 고객이 은행에서 사잇돌대출을 신청하면 SGI서울보증이 해당 고객에게 보증서를 발급할지 결정하고, 보증서가 발급되면 은행이 대출해주는 구조다.

현재 고신용자에 대한 사잇돌대출 보증서 발급이 어려워지면서 은행 영업점들도 이같은 내용을 대출상담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

당국의 이같은 조치는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사잇돌대출 상품의 취지가 고금리로 고통받는 중저신용자들의 부담을 줄이자는 것인 만큼 실질적인 혜택이 중저신용자들에 돌아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 2020년 말 사잇돌대출 취급액의 55%가 고신용(신용등급 1~3등급) 차주에게 공급된 것으로 조사되면서 당국은 지난해 4월 중금리대출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해당 방안에는 신용점수 하위 30%(기존 5등급 이하) 차주에 사잇돌대출 70%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 담겼다. 중저신용자로 70%가 채워지지 않을 경우 여유 자금이 있더라도 고신용자는 사잇돌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잇돌대출의 70% 이상이 중저신용자들에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과 고신용자들의 접근 자체를 제한한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게 관련 업계의 지적이다. 기존에는 이용할 수 있었던 대출이 신용이 높다는 이유로 막힌 것은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당국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기조에 일부 은행에서 고신용자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는 상황까지 고려하면 고신용자들의 대출 선택권이 과도하게 침해되고 있는 것 아니냔 비판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차주들 사이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 일시적으로 신용점수를 낮추는 방법들이 '꿀팁'처럼 공유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사잇돌대출 취지에 맞는 방향일지는 몰라도 고신용자 대출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상품 이용권한 자체를 막는 조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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