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지주사 체제 '유력'···전문가 "원칙 없는 방안" 
LH 지주사 체제 '유력'···전문가 "원칙 없는 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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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회사, 상호감시 체제 가능할지 의문"
"10년 후 비전 담기지 않아···재정 지원 필요"
LH 혁신을 위한 조직 개편 공청회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LH 혁신을 위한 조직 개편 공청회 모습. (사진=국토교통부 유튜브 채널 영상 캡쳐)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정부는 땅 투기 의혹으로 물의를 빚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조직개편안으로 지주사 체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와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안이 원칙과 기준이 없는 조직개편안이라며 비판을 쏟아냈다.  

국토교통부는 20일 LH 조직 개편안 두번째 공청회를 열고, 앞서 발표한 개선안 중 주거복지와 주택·토지 부문을 모·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지주사 체제가 가장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앞서 3가지의 LH 조직 개편안을 제시했다. △주택·주거복지 부문과 토지 부문을 병렬 분리하는 방안(1안) △주거복지 부문과 주택·토지 부문을 병렬 분리하는 방안(2안) △주거복지 부문은 모회사로, 주택·토지 부문은 자회사로 수직 분리하는 방안(3안) 등이다.

이날 법무법인 태평양은 발제를 통해 개발 부문에 대한 통제 강화, 주거복지 재원확보 및 개발이익 환수, 조직 개편 비용 최소화 등 조직 개편안에 대한 3가지 기준을 설정한 결과 3안이 가장 합리적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3안을 택한 이유는 비리가 발생한 주택·토지 부문을 모회사인 주거복지 부문이 이중으로 통제하는 장치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자회사의 개발 이익을 모회사에 배당하도록 규정해 개발이익 환수, 안정적인 주거복지 투자 재원 확보도 가능하다고 봤다. 또한 법인세 연결납세를 통해 세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공정회에 참여한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정부의 안에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창무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자회사와 모회사로 나누면 상호감시가 된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며 "돈이 나오는 주택부문 자회사를 손해만 내는 주거복지 부문 모회사가 과연 얼마나 많은 감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심지어 모·자회사 둘 다 특별법 지위를 가져 인사권은 모두 기획재정부에 있다. 즉, 모회사가 자회사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LH 투기를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 또한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반대했다.    

이강훈 참여연대 상임집행위원은 "LH 투기 문제를 근절하려면 이익을 얻는 개발 사업 대신 주거복지에 집중하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는 공공임대주택에 공공재개발까지 모두 LH에 맡겨 놨고 재정 지원은 너무 작다"며 "임대사업으로 손해를 보는 LH가 개발사업으로 이를 충당하려다보니 이익을 많이 내려고 하고 이에 투기로 이어졌던 것인데, 이런 시스템을 고치지 않고 가져온 3안은 마치 서로 간 경쟁만 부추기는 세미 민영화 방안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다뤄져야 하는 조직개편안은 얼마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다음 정권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조직 개편안에 LH의 미래 비전이 없는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윤규섭 삼일회계법인 회계사는 "LH가 2030년쯤 3기 신도시 같이 커다란 택지개발이 끝나면,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며 "조직개편안은 적자 상황을 대비해서 장기적 관점에서 조직개편안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대해 다수의 여당 국회의원 등도 동조했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정 회의를 할 때 여당은 현재 개선안이 LH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이야기 했는데, 여전히 같은 대안을 가지고 와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비판의 목소리에 발제자였던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LH 조직개편안 ESG(환경·사회·지배구조)중 지배구조 측면에서 고민해서 만든 것이다"며 "처음부터 한쪽 방향으로 정해서 했던 것이 아니고, LH의 주거복지 부분이 너무 위축돼 있어서 이걸 키울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서 도출해 낸 부분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1차 공청회에 이어 이날 2차 공청회를 토대로 국회와 협의를 거쳐 이달 말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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