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천장' 깨는 보수 금융권···'여성 리더' 아직도 태부족
'유리천장' 깨는 보수 금융권···'여성 리더' 아직도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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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하나금융,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 도입
ESG경영 평가 대비···'여성 인재 풀' 넓힐 수 있을 것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앞에서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참석 임원들이 하나 웨이브스 1기로 선정된 여성 리더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br>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앞에서 두 번째 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참석 임원들이 하나 웨이브스 1기로 선정된 여성 리더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하나금융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금융권이 잇따라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유리천장 깨기'에 나섰다. 보수적인 기업 문화를 바꿔 업계의 체질 개선은 물론이고, 양성평등 노력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여성 리더십 강화 프로그램 '우리 윙(WING) 1기'에 참여할 행원 60명을 선발했다. 여성 인재들이 주도권을 갖고 여러 선후배와 교류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선발된 인원은 과장부터 부장(지점장)까지 다양한 직급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리더십 전문가들이 진행하는 그룹 코칭 및 특강 등을 통해 역량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중장기적 로드맵을 갖고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여성 리더 양성 프로그램을 통한 풍부한 인재 풀을 갖춰 조직의 생산성과 경쟁력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나금융그룹도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에 돌입했다. 이달 중순 그룹 내 여성 부점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각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추천을 받아 34명을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 1기로 선정했는데, 이들은 올해 말까지 그룹 멘토링, 온라인 MBA, 자기주도 학습(인문학·디지털·리더십)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리더로서 필요한 자세와 역량을 배울 예정이다.

금융권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은 지난 2018년 처음으로 가동됐다. 신한금융그룹이 '신한 쉬어로즈(SHeroes)'를 선보이면서다. 당시 여성 인재 필요성을 인지한 신한금융은 리더십 연수, 코칭 프로그램, 경영진 간담회 등을 운영하면서 지난해까지 모두 143명의 여성인재를 선발했다.

현재는 4기 체제에 돌입한 상태다. 이번에 선발된 44명에겐 남성 멘토(외부 전문가) 코칭 참여를 통해 성별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리더십 역량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왼쪽부터)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사옥 전경 (사진=각 사)

신한금융이 물꼬를 튼 여성 리더 양성 움직임이 최근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은 여성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는 동시에 남성 중심이었던 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성 인력이 필요한 곳에 고루 배치하기 위해선 자체적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업권 전반에 깔려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ESG 경영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재무 성과가 경영의 척도가 됐던 과거와 달리 ESG 경영 기조 확산에 따라 여성 임원 비중이 중요한 지표로 부상한 것. ESG 평가 기관마다 점수를 매기는 기준은 다르나, ESG 평가에선 여성임원 비율을 높이는 등 양성평등 노력에 대한 점수가 반영된다.

KB금융 역시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한 '위(We·Womans Empowerment) 스타 멘토링'을 운영 중이며, KB국민은행의 경우 여성가족부와의 자율협약에 따라 2022년까지 부점장급 이상 여성 임원 비율을 20%까지 늘릴 방침이다.

업계에선 이런 흐름이 향후 여성 임원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사의 유리천장이 여전하다는 평가 속에서도 중·장기적인 여성 리더 육성 체제가 임원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여성 인재 풀(Pool)을 넓힐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신한·KB·우리·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의 전체 임원 수는 111명이며, 그중에서 여성은 8명(7.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지주 핵심자회사인 은행의 경우도 전체 임원 114명 중 6명(5.2%)만이 여성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여성 인재 양성 프로그램 등을 통해 여성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ESG 경영에 적극적이라는 점을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수적인 금융회사에서 단기간에 여성 리더십이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지만, 여성 임원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구조가 형성돼야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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