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취임 1년' 조원태, 위기 속 경영정상화 이뤄낼까
[초점] '취임 1년' 조원태, 위기 속 경영정상화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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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여파로 대한항공 '자금난' 심각
3자연합 지분 42.75%···임시주총 7월 관측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사진=한진그룹)

[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조원태 회장이 24일이면 한진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지 1년이 된다.

지난해 4월, 선친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급작스런 별세로 약 1주일만에 회장직에 취임한 조 회장은 IATA 연차총회 데뷔를 시작으로 신규 노선 신설, 에어버스와의 기술사업 등 경영 리더십을 입증하기 위한 광폭 행보를 이어왔다. 그는 지난달 27일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하며 '3자 주주연합'간 경영권 분쟁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다만 예상치 못한 변수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그룹 주력 계열사 대한항공이 경영난에 처해있고, 3자 연합 또한 한진칼 지분을 공격적으로 끌어모으며 2차전에 준비하고 있어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코로나19 장기화에 휘청이는 대한항공

조 회장 앞에 놓여져 있는 중차대한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것은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각국이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면서 대한항공은 여객 매출의 94%에 달하는 국제선 운항을 대부분 중단한 상황에 처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국제선의 경우 주간 공급 기준 900회가량 운항했으나 현재는 주 50∼55회 운항하는 수준이며, 화물 수송량 역시 16% 감소했다.

회사 측은 비용절감을 위해 국내 전 직원을 대상으로 6개월간 순환 휴직, 임원진 급여 최대 50% 반납 등 최선의 자구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으나 매출이 급감한 상황에서 수천억원의 고정비, 이달 만기를 맞은 2400억원의 회사채까지 감당하기엔 무리인 상황이다. 이 가운데 한국신용평가는 항공업계가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단기간 내 경영정상화가 불가하다고 판단, 대한항공의 항공운임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단계 하향 조정해 조기 상환 리스크도 커진 상태다. 

재계에서는 선친 고 조 회장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것처럼 조 회장은 이번 위기에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해낼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고 조 회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자체 소유 항공기를 매각한 후 재임차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했고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Sky Team) 창설에도 앞장서는 등 선제적인 투자와 협력을 단행해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한 바 있다.

조 회장은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통해 "위기의 파고를 넘기 위해 뼈를 깎는 자구 노력도 병행할 것"이라며 "기존 발표한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 매각과 더불어 이사회와 협의해 추가적인 자본 확충 등으로 회사의 체질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송현동 부지와 왕산마리나, 제주도 사원 주택 등 그룹의 유휴자산 매각작업을 추진하는 등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에 온 힘을 다하고 있다. 더해 이달 말 사실상 현금이 바닥날 것으로 보이는 대한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주요 증권사들과 최대 1조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3자연합, 2차전 준비···지분 간격차↑

코로나19 사태로 그룹이 위기에 봉착한 가운데 3자 연합은 한진칼 지분을 끌어모으며 조 회장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오고 있다. 

현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지분율 6.49%), KCGI(19.36%), 반도건설(16.90%) 등 3자 연합이 보유한 지분은 총 42.75%에 달한다. 반면 조 회장 측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31%)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6.47%)를 포함한 특수관계인과 델타항공(14.90%),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 (3.7%), GS칼텍스(0.25%) 등을 합치더라도 41.30%에 머문다.

'우군'으로 알려진 카카오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을 이유로 이번 주총 이후 남아있던 지분 1%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재계에서는 3자 연합이 이를 틈타 지분을 최소 45%까진 끌어올릴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임시주총 소집시기도 7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건설의 의결권 제한 효력이 풀리는 시점이 7월이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찬성율이 그리 높지도 않았고 이미 3자연합의 지분이 앞서 있기 때문에 조 회장 측도 우군 확보에 열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에 성공했지만 마냥 안심할 순 없는 입장이다. 다만 경영권 분쟁 1차전 과정과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해 그가 보여왔던 리더십은 충분히 신뢰가 있다는 내부 평가도 나온다.

특히 조 회장은 경제활동 지원과 비용 절감의 일환으로 여객기를 화물기로 대체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제시, '우한 전세기'에 탑승해 최고경영자(CEO)로서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한진칼과 대한항공 주총 이후 자진해서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 사상 처음으로 사외이사에게 의장직을 넘겨주는 등 지배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편, 한진은 최근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전반이 고사 위기에 처한 가운데 각종 자구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별도의 취임 1주년 행사는 개최하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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