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삼성전자가 2026년도 사장단·임원인사를 마무리하면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데 이어 25일 임원인사를 마쳤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변경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지키면서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연공과 서열에 관계없이 젊은 인재를 대거 발탁하고 능력있는 인사는 외부에서라도 과감하게 등용하는 원칙을 지켰다. 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 체계 확보에도 나섰다.
◇ '이재용 체제' 준비···사업지원실 개편, 2인 대표이사 체제 구축 = 삼성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를 앞두고 인사와 조직개편을 통해 내실을 다졌다. 가장 먼저 기존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던 사업지원TF를 '사업지원실'로 개편하고 인사와 M&A, 경영진단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사업지원실장은 박학규 사업지원TF 사장이 맡게 됐다. 기존에 사업지원TF장을 맡던 정현호 부회장은 '회장 보좌역'을 맡으면서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미래전략실 출신의 재무통으로 알려진 박학규 사장은 최근까지도 이재용 회장의 대외 일정에 동행하며 '차기 실세'의 면모를 보여줬다. 박학규 사장과 함께 삼성의 실세로 거론됐던 최윤호 사장은 삼성글로벌리서치 경영진단실장에서 사업지원실 전략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밖에 삼성전자는 올해 3월 한종희 부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공석이 된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자리에 노태문 DX부문장 직무대행(사장)을 내정했다. 노태문 사장은 한종희 부회장이 세상을 떠난 직후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아 성공적으로 사업부문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사로 삼성전자는 '2인 대표이사' 체제를 복원했다. 이와 함께 전영현 DS부문장이 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고 노태문 DX부문장이 MX사업부장을 겸직해 '반도체-모바일'의 투트랙 체제를 유지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최근 실적에서도 모바일과 반도체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이를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와 성장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 SAIT 원장에 과감한 외부 인재 영입···기술 혁신 꾀한다 = 삼성종합기술원(SAIT)은 1987년 설립된 삼성전자 산하 연구기관으로 DS부문의 미래 핵심 기술을 연구하는 중추적인 기관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SAIT 원장은 DS부문장이 겸직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는 외부인사인 박홍근 하버드대 석좌교수가 2026년 1월 1일자로 SAIT 원장을 맡게 됐다.
역대 SAIT 원장을 살펴보면 권오현, 김기남, 경계현 등 DS부문장이 맡았으며 가장 최근에도 전영현 부회장이 SAIT 원장을 겸직해왔다. DS부문장이 아닌 경우에도 진교영, 황창규 등 메모리사업부장 출신이나 정칠희 반도체연구소장 등 DS부문 내부 인사가 맡았다. 황성우 사장처럼 SAIT 내부인사가 승진해 맡은 경우도 있었다.
SAIT 원장에 외부인사가 임명된 것은 1995년 임관 KAIST 전 원장 이후 30년만이다. 임관 전 원장은 1999년까지 SAIT 원장을 맡다가 이후에는 2008년까지 SAIT 회장을 맡았다. 역대 SAIT 회장은 임관 전 회장과 권오현, 김기남 회장 등 단 3명이다.
박홍근 원장은 1999년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된 후 25년 동안 화학과 물리, 전자 등 기초과학과 공학 전반의 연구를 이끌어온 글로벌 석학이다. 나노 기술 전문성과 학문간 경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양자컴퓨팅, 뉴로모픽반도체 등 미래 디바이스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라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 승진인사 규모 5년만에 확대···신사업 중심 세대교체 초점 = 삼성전자는 올해 임원인사에서 부사장과 상무, 마스터, 펠로우 등 161명의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2021년 214명 승진 이후 꾸준히 승진 규모가 줄어들다가 5년만에 반등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임원인사에 대해 "산업 패러다임의 급속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AI, 로봇,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미래 기술을 이끌 리더들을 중용했다"고 밝혔다. 또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주요 사업분야에서 경영성과를 창출한 인재들을 승진시키며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견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인재들을 과감히 발탁, 세대교체를 가속화했으며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돌파할 차세대 경영진 후보군 육성을 지속했다"고 전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AI와 로봇, 반도체 사업의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이 때문에 DX부문 승진 인사는 대부분 AI와 소프트웨어, 플랫폼 영역에 초점이 맞춰졌다. 반면 DS부문은 최근 실적 개선과 함께 AI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만큼 신기술 개발과 수율 개선 성과를 낸 임원들이 승진 기회를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