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각 사)
(왼쪽부터)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와 허진수 파리크라상 부회장과 허희수 비알코리아 사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식품업계가 본격적인 '3·4세 경영'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내수시장 성장 한계와 글로벌 사업 확대, 신사업 발굴 등 변화 속에서 주요 기업들은 젊은 오너 세대를 핵심 경영진에 배치하고 있다.

다만 초고속 승진과 검증 부족 우려로 승계 중심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연말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주요 그룹 오너 3세들의 핵심 보직 승진이다.

삼양식품은 오너 3세 전병우(31)를 전무로 승진시켰다. 1994년생인 그는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이자 고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손으로, 2019년 부장으로 입사해 불닭 글로벌 프로젝트와 중국 자싱 공장 설립을 주도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전 전무는 불닭 글로벌 프로젝트와 해외 사업 확장을 총괄하며 매출 성장의 큰 축을 담당했다"며 "특히 자싱 공장 설립을 직접 챙기며 글로벌 생산 인프라 구축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SPC그룹도 최근 허진수(48) 사장을 부회장, 허희수(47)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켜 형제 '투톱 체제'로 경영 축을 재편했다. 허진수 부회장은 파리바게뜨 해외 매장을 총괄하며 글로벌 사업을 주도하고, 허희수 사장은 배스킨라빈스·던킨 리뉴얼, 글로벌 브랜드 도입, 디지털 전환 등 신사업 발굴을 담당한다.

CJ그룹은 장남 이선호(35) 미래기획그룹장을 지주사 핵심 조직에 배치해 그룹 장기 전략과 글로벌 식품·콘텐츠 투자 포트폴리오를 총괄하게 했다. 해외 사업 경험과 K-푸드 확장 전략이 주된 배경이다.

농심에서는 신동원 회장의 장남 신상열(32) 전무가 미래사업실에서 반려동물 식품, 건강기능식품, 스마트팜 등 신사업을 총괄하며 체질 전환을 이끌고 있다. 신 전무는 내년 1월 1일부로 부사장으로 승진한다. 장녀 신수정(37) 상무 상품 마케팅을 맡아 글로벌 협업과 음료 신제품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오뚜기 3세' 함윤식(34) 부장도 현장형 경영 수업을 받으며 제품 기획, 소비자 분석, 유통 전략을 경험 중이다. 장녀 함연지(33) 씨와 배우자도 경영에 참여하며 오너 일가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담서원(36) 오리온 전무는 입사 1년 5개월 만에 상무, 2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그는 경영지원과 신사업 전략을 맡아 중장기 성장 계획을 조율하고 있다. 김동환(54) 빙그레 사장, 김종희(49) 동서 부사장 등도 신사업 다각화를 주도하며 3세 경영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오영(39) 매일유업 상무도 지난해 전무로 승진했다.

식품업계의 세대 교체는 단순한 승계를 넘어서 변화한 경영 환경과 맞닿아 있다. 국내 시장 성숙과 글로벌 시장 집중으로 빠른 의사결정과 디지털 감각, 소비 트렌드 이해가 뛰어난 젊은 리더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 K-푸드 열풍, 해외 인수합병, 건강·친환경 시장 확장도 3·4세 경영 최근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빠른 세대교체에는 '검증 없는 초고속 승진' 논란도 따른다. 1990년대 출생 오너 3세가 입사 1~3년 만에 임원 또는 주요 보직을 맡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전병우 삼양식품 전무는 2019년 입사 후 1년 만에 이사, 2023년 상무, 2025년 전무로 6년 만에 임원 최고 단계에 올랐다. 담서원 전무와 함윤식 부장도 유사 사례다.

이들은 아직 구체적 실적을 내지 못한 상태에서 다음 성장 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젊은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충분한 검증 없이 경영권을 보장하면 기업은 혁신보다 안정적 승계를 우선시하는 조직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재계 10위권 밖 기업은 외부 감시가 약해 조용한 승계가 가능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평사원으로 입사해 주목받는 사례도 있다. 창업주 김재철(91)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김남정(52) 회장의 아들 김동찬(25)은 공개채용으로 동원산업에 입사해 현장에서 실무를 익히고 있다. 김재철 명예회장은 '현장 경영'을 강조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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