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수(왼쪽) 파리크라상 부회장과 허희수 비알코리아 사장. (사진=SPC그룹)
허진수(왼쪽) 파리크라상 부회장과 허희수 비알코리아 사장. (사진=SPC그룹)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SPC그룹이 대표이사를 포함한 고위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오너 3세 체제로의 전환 속도를 본격화했다. 이번 인사에서 허진수(49) 사장은 부회장으로, 허희수(48) 부사장은 사장으로 각각 승진했다. 두 사람은 허영인 회장의 장남과 차남으로, 그룹 내 글로벌 사업과 미래 전략을 주도할 핵심 인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4일 SPC그룹에 따르면, 허진수 파리크라상 대표이사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글로벌 베이커리 사업을 총괄한다. 허 부회장은 북미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파리바게뜨 매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2023년 1월 미국 뉴저지주에 북미 100호점을 연 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매장을 약 200개로 늘렸다.

SPC그룹은 허 부회장이 주도하는 북미 제빵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텍사스주에 1억6000만달러 규모, 15만㎡ 규모 제빵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미국과 캐나다, 중남미까지 제품을 공급하는 핵심 생산 기지로 활용되며, 2030년까지 북미 매장을 100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허 부회장은 글로벌 조직 재편도 주도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글로벌 조직 내 AMEA(아시아·중동·아프리카) 본부를 신설해 운영을 시작했으며,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글로벌 할랄 인증 공장 완공을 앞두는 등 해외 생산·유통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희수 비알코리아 전략총괄임원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국내 외식 브랜드 경쟁력 강화, 디지털 혁신, 신사업 추진을 맡는다. 

허 사장이 운영하는 비알코리아는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전개하며, 지난해 기준 매출 7126억원, 영업손실 99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배스킨라빈스는 비알코리아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지만, 2022년 5859억원에서 2023년 4967억원으로 매출이 감소하며 실적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엔 배스킨라빈스의 별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다.

허 사장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브랜드 혁신과 점포 경쟁력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는 올해 전략 매장 '청담점'을 열고 'I.C.E.T(혁신·협업·환경·기술)' 전략을 발표하며, 프리미엄 라인과 기능성 제품, AI 기반 제품 추천 등 혁신적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동시에 전국적 브랜드 인지도와 가맹점과의 동반 성장을 위해 점진적 출점 전략도 추진 중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도세호 부사장이 ㈜파리크라상 대표이사로, 경재형 부사장이 SPC삼립 수석부사장 겸 대표이사로, 지상호 상무가 ㈜샤니 대표로 내정됐다. 이를 통해 그룹은 계열사별 전문성과 경영 안정성을 강화하며, 안전 경영과 혁신 문화를 확산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승진과 조직 재편이 허진수 사장과 허희수 사장 형제간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허 부회장은 파리크라상 지분 약 20%, SPC삼립 지분 약 16%를 보유하며 베이커리 부문에서 상대적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허 사장은 비알코리아와 IT 계열사 섹터나인 등 외식·신사업 부문에서 지분 12~11%대를 보유하며 독립적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가 본사와 물리적으로 분리된 점도 계열 분리 가능성을 보여준다.

최근 허영인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가운데, 허 부회장과 허 사장은 형제 간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독립적 경영 체제 구축이라는 전략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또 원유, 우유, 코코아 등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계열사들의 매출원가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극복해야 할 실질적 경영 압박 요인이다.

SPC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CEO 중심의 책임경영 체계를 강화해 주요 경영 현안과 안전에 대한 실행력과 속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새로운 리더십으로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고 경영환경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당면 과제를 해결하며 지속 가능성을 추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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