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내년 글로벌 조선 발주 둔화와 환경 관련 규제 강화에 따라 조선업의 경쟁축은 상선에서 특수선과 방산으로 이동할 전망이다. 이같은 변화에 맞춰 빠르게 차세대 성장축을 잠수함 및 해양 방산으로 전환하고 있는 한화오션은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에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의 중심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방산 포트폴리오를 지휘하며 그룹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신조 발주는 올해 3분기 3264만CGT로 전년 대비 46.9% 감소했고, 한국 수주도 734만CGT로 16.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같은 감소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조선업계 호황기가 다시금 침체 사이클에 접어들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상선 중심에서 특수선으로의 변화를 가속해야 슈퍼사이클을 이어갈 수 있다고 제언한다.
한화오션은 기술 강점을 갖춘 잠수함을 필두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러한 잠수함 전략의 캐나다의 차세대 잠수함 프로그램(CPSP) 참여로 구체화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노후화된 잠수함 4척을 대체하기 위한 CPSP 사업을 진행 중이며 한화오션은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즈(TKMS)와 최종 후보에 선정돼 경합 중이다. 한화오션이 해당 사업을 수주할 경우 잠수함 신조 외에도 정비 및 개량까지 포함해 20년 이상 장기 파트너십을 가져갈 수 있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아울러 캐나다와의 협력은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및 정비 생태계 구축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는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함과 동시에 잠수함 종합 패키지(선체·전투체계·센서 등)를 그룹 차원에서 공급하는 역량을 입증한다면 마스가(MASGA) 프로젝트로 촉발될 미국 시장 진출에 있어서도 선두에 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이번 CPSP 사업의 성사 여부가 국제 잠수함 시장에 한국이 두각을 드러낼 수 있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김동관 부회장 역시 이번 캐나다 잠수함 사업의 중요성을 여러차례 언급했다. 지난달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직접 안내한 김 부회장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은 K-방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한국과 캐나다 신뢰에 기반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도록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추진 잠수함 협력도 주목된다.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개발에 대한 언급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며 한화오션이 지난해 인수한 필리조선소가 다시금 조명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현재 상선 중심 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으나 김동관 부회장이 50억달러(약 7조원) 규모의 투자를 통한 조선소 확대를 계획하고 있어 향후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위한 인프라 확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한국과 미국의 정치적 의견 차이가 난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해 정부는 국내에서의 생산을 우선하고 있는 까닭이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달 초 국회 운영위원회 종합국정감사에서 핵추진 잠수함 도입과 관련해 "미국에서 건조하는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필리조선소에 잠수함 시설을 투자한다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한화오션이 해양 방산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흐름 속에서 잠수함 기술 역량 기반의 시장 다변화 모색은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한 건조 계약뿐 아니라 정비 및 성능개량과 관련된 수요도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사업이기 때문이다. 사이클에 따라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조선업계에서 이러한 안정적인 수익원은 모든 조선사가 원하는 방향이기도 하다.
조선업이 점차 가치 중심 산업으로 이동하며 한화오션의 해양 방산 강화는 상선 이후 시대를 대비하는 조선사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캐나다 CPSP와 핵추진 잠수함은 이러한 한화오션의 미래 전략 방향성에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예측되며 나아가 한국 조선·방산 산업의 위상을 재정의할 기회로도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의 잠수함 및 미국 시장 진출은 국내 조선업계가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시험대"라며 "회사의 전략적 전환은 결국 리더십과 장기적 투자에 달려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