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대산공장 전경 (사진=LG화학)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이번 주 중 사업재편안을 확정한다. 지난 8월 정부의 석유화학 기업 사업재편 방침 이후 1호 사례인 만큼 앞으로 석유화학 업계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은 이번 주 중 각각 이사회를 열고 충남 대산산업단지 내 석유화학 시설을 통폐합하는 내용의 사업재편안을 의결한다. 양사는 재편안 초안을 정부에 제출해 세부 협의까지 마무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사회 의결이 결정되면 관계부처 및 기관에 확정된 합의안을 제출하고 발표 시기와 방식 등 후속 절차를 논의할 예정이다. 

재편안은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 나프타분해시설(NCC) 시설 등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을 출자해 합작법인을 세우는 게 핵심이다. 지분은 두 회사가 비슷하게 재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이번 사업재편안이 확정되면 지난 8월 20일 정부와 업계가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을 맺은 이후 약 3개월만에 '1호 사업재편'이 나온 셈이다. 당시 업계는 산업계 자율컨설팅 이후 △270~370만톤 규모의 NCC 감축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 △지역경제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등을 밝힌 바 있다. 

협약식 당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업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결정적인 기여를 한 만큼 석유화학산업도 고통스럽겠지만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며 기업들을 독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협약식 이후 두달이 넘게 구체적인 재편안이 나오지 않아 정부에서 속도전을 요구하기도 했다. 구 부총리는 이달 초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산단과 기업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 진정성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 약속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는 '속도전'을 펼쳐달라"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역시 지난 9월 '석유화학기업 사업재편 간담회'에 참석해 일부 산단과 기업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해 업계 진정성에 대한 시장 의구심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시장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스스로 약속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모든 산단과 업계는 '속도전'을 펼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자율협약식 이후 3개월만에 1호 사업재편안이 나오면서 업계의 사업재편안 마련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통합 외에 매각과 재무건전성 확보 등 다양한 방안이 거론돼왔다. 

LG화학은 2022년부터 추진했던 여수 NCC 2공장 매각을 재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 후보군으로 GS칼텍스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다만 GS칼텍스가 인수에 나설 경우 지분 50%를 보유한 미국 쉐브론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여기에 장기 적자에 빠진 여천NCC는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양대 주주인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이 꾸준히 자금을 투입해 온 만큼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화와 DL은 매각보다는 원가 절감과 고부가 제품 전환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SK지오센트릭 역시 울산 NCC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대한유화와 에쓰오일의 컨소시엄이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로써는 '2호 사업재편'이 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후보군이다. 

이 밖에 한화토탈에너지는 별도의 NCC 매각 소식이 전해지지는 않고 있으나 여천NCC의 주주인 한화솔루션의 관계사인 만큼 추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한화그룹이 조선과 방위산업의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만큼 이 부문의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NCC 매각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편 정부는 업계에서 제출하는 사업재편계획에 대한 타당성 및 기업들의 자구노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후 이에 필요한 금융, 세제, R&D, 규제완화 등 지원패키지를 마련할 예정이다. 정부에서도 기한을 올해 연말까지로 정한 만큼 기업의 사업재편안이 완료되는대로 지원 방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조선업의 고강도 자구노력이 열매를 맺어 세계 1위로 재도약하고 최근 한·미 관세협상에서도 결정적인 기여를 한 만큼 석유화학산업도 고통스럽겠지만 조선업의 발자취를 따라간다면 화려하게 재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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