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위기를 겪으면서 구조조정 압박을 받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3분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일시적인 실적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구조조정 압박과 규제 수위도 더 높아져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업계는 3분기 원료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 움직임으로 영업이익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LG화학 석유화학부문은 3분기 매출 4조4609억원, 영업이익 291억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미국 관세 영향 및 전방산업 수요 둔화로 전분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으나 원료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 개선과 비용 절감 노력 등으로 흑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화학사업 역시 벤젠, 올레핀 등 시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파라자일렌 스프레드가 개선되면서 전분기 대비 영업손실이 818억원 감소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역시 기초 원료 가격이 하락했지만 주력 제품의 판매가격이 견조세를 보이면서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적자폭을 90억원으로 줄였다.
금호석유화학은 3분기 매출 1조6438억원, 영업이익 84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1%, 전분기 대비 7.3%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전분기 대비 각각 29% 늘어나며 개선된 흐름을 보였다.
13일 실적 발표를 앞둔 롯데케미칼은 14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전망했다. 이는 전분기 2499억원 적자에 비하면 1000억원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은 3분기에 전분기 대비 적자폭이 줄었거나 흑자전환하는 등 개선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이 같은 움직임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LG화학은 "4분기는 글로벌 수요 부진 지속으로 스프레드 축소 및 대산공장 정기보수에 따른 기회손실이 예상된다"고 전망했으며 SK이노베이션 역시 "파라자일렌 역내 공급이 감소하나 벤젠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시황 약세가 예상된다. 올레핀 계열도 수요 회복 지연 영향으로 스프레드 하락이 전망된다"라고 전했다. 한화솔루션도 "정기보수, 계절성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적자폭이 다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어두운 전망이 지속되는 가운데 정부에서 구조조정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어 업계의 고심은 깊어지는 분위기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한 산업계 사업재편 자율협약식'을 진행하고 석유화학업계의 구조 재편을 위한 사업 전환과 재무건전성 확보를 주문했다. 주요 내용은 △270~370만톤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감축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 △지역경제 및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 최소화 등이다.
이 같은 구조조정을 전제로 정부는 △3개 석유화학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구조개편 동시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 및 타당성 있는 사업재편계획 마련 △정부의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최근 구조 재편 움직임이 지지부진하자 정부에서도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일부 산업단지와 기업의 사업재편이 여전히 지지부진하다"며 "이대로라면 업계의 진정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각종 규제로 사업 전환과 경쟁력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6일 경영계 노조법 개정 대응 TF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전달한 노조법 관련 질의에서 석유화학업계는 "위기극복을 위해 최근 정부정책에 따라 감산을 추진함에 있어, 하청업체와의 계약종료 등이 예상되는데 이런 것들이 노동쟁의 대상이 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2035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최소 50%에서 최대 60%까지로 설정하면서 탄소 배출이 많은 석유화학업계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고부가·친환경 제품으로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입장에서 탄소 감축 설비 투자와 배출권 추가 구매까지 투자 여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 등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충남 대산산단의 사례를 언급하며 속도전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대산산단 사례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의 사례를 말하는 것으로 롯데케미칼의 NCC 핵심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이관한 뒤 HD현대케미칼이 현금 출자해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이다. 최근 양사는 구조조정 초안을 산업통상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정부와 기업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구조 재편은 속도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사업 재편을 미루는 기업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구윤철 부총리는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에 대해 "사업재편을 미루거나 무임승차하려는 기업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하고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