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증권주가 올해 큰 폭으로 반등하며 업황 회복 기대가 커졌지만, 중소형 증권사들은 여전히 대형사와의 격차를 뚜렷하게 좁히지 못하고 있다.
주가와 거래대금, 수익 기반 등 시장 전반에서 체급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면서 중소형사들은 신사업 확대와 기존 사업 재정비를 병행하는 등 다각적인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주요 증권사 5곳(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의 평균 주가 상승률은 126%로 업황 반등의 수혜를 상당 부분 흡수했다.
반면 중소형사 10곳의 평균 상승률은 약 59%에 그쳐 대형사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거래대금 역시 대형사 5곳의 평균이 5조104억원, 중소형사는 5891억원으로 유동성에서도 큰 격차가 확인됐다.
단순한 규모 차이를 넘어 다양한 구조적 요인이 성과와 평가를 좌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시장에서는 평가 기준이 대형사에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동하는 점이 격차를 더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안정적인 자본력과 꾸준한 거래·딜 흐름을 갖춘 대형사는 호황기에 기대치가 빠르게 반영되는 반면, 중소형사는 변동성 이슈로 인해 평가가 보수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는 발행어음, 해외 투자은행(IB), 대체투자, 디지털 전환 등으로 수익원을 빠르게 넓힐 수 있지만 중소형사는 PF 비중이 높고 새로운 기업금융·거래 기회를 확보하는 데 제약이 있어 회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릴 수밖에 없다"며 "특히 거래대금 증가기의 수혜가 대형사에 집중되는 구조적 요인이 격차를 확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각사 여건에 맞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미래전략실 신설과 디지털혁신실을 부문 격상을 통해 디지털·글로벌 관련 신사업 기반을 강화하는 한편, 리테일·상품 조직을 재정비하며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기존 사업과 신사업을 동시에 조정하며 수익원 다변화를 꾀하는 전략이다.
IBK투자증권은 조직 효율화와 기업금융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금상·법인영업 조직을 기관영업본부로 통합해 홀세일 기능을 단순화하고, IB 본부를 기존 4개에서 3개로 축소했다. 동시에 신사업추진단 산하에 디지털자산·BDC 관련 조직을 신설하며 신산업 투자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실적 회복세를 발판으로 성장 동력을 추가 확보하려는 조치다.
다른 중소형사들도 각자 방식으로 수익 기반을 다시 다듬고 있다. SK증권은 IPO·유상증자 등 주식자본시장(ECM) 기능 강화를 위해 관련 조직을 확대하고 기술·헬스케어 등 틈새 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IPO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담 조직을 확대한 데다 비용 효율화 작업도 병행하고 있으며, iM증권은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이고 기업금융 중심으로 전환하며 IB 비중을 높이는 등 안정적인 수익 구조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중소형사의 조직 정비와 IB 강화가 단기간에 실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거래대금이 회복됐어도 대형 거래와 안정적인 수익원은 여전히 대형사 중심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사들이 필요한 조정을 하고 있는 건 맞지만, 시장 지형이 크게 변하지 않는 이상 대형사와의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기는 어렵다"며 "체질 개선의 효과가 실적과 평가로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