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이달 말께 인사·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부회장 승진자가 추가로 나올지 여부다. 현재 LG 내에서는 구광모 회장을 보좌할 부회장단으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보좌하기 위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회장 승진자가 나온다면 올해 성과를 낸 계열사 CEO 가운데서 나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좋은 성과를 낸 계열사 CEO들을 정리하고 이들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LG그룹 사장단 인사의 키를 쥔 사람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다. 과감한 세대교체를 단행할지, 안정 속에서 쇄신을 추구할지 그의 결정에 달렸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구광모 회장은 올해 경영진들에 대한 인사와 관련 '구조적 경쟁력 강화'와 '선택과 집중'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AX(AI 전환) 전략 실행을 통한 생산력 향상과 원가 절감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9월 경기도 이천 LG 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구광모 회장은 "그동안 구조적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인식을 같이하며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와 수익성 강화를 위한 '사업의 선택과 집중' △차별적 경쟁력의 핵심인 '위닝 R&D' △'구조적 수익체질 개선' 등 크게 3가지를 논의해 왔지만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진과 함께 AX 전략을 총괄하는 최고디지털책임자(CDO)도 참석했다. 특히 경영진들은 경영환경의 위기감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AX 가속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이 같은 내용을 종합했을 때 구광모 회장은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면서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엑사원을 중심으로 한 AX가 거론되는 상황이다. 특히 LG는 내년에 AX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AI 관련 인재들이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LG는 지난해 신규 승진 임원 중 23%를 ABC(AI·바이오·클린테크) 분야에서 발탁했다. 특히 AI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연구 역량과 전문성을 갖춘 1980년대생 3명을 신규 선임하기도 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AI 분야에서 신규 임원과 함께 승진 인사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AI 기반 서비스를 선보여야 하는 LG유플러스와 LG CNS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란 기대감도 엿보인다.
반면 생산력 향상과 원가 절감을 주문한 만큼 LG전자 생산기술원(LG PRI)도 주목받고 있다. LG PRI는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과 장비를 제조하는 회사로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반도체, 카메라 모듈, 전장 부품, 바이오 제약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 맞는 장비와 솔루션, 컨설팅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HBM 시장 확대에 대응해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개발에 나섰다. 하이브리드 본더 시장은 국내에서 한미반도체를 중심으로 한화세미텍이 도전장을 내민 상황이다. 여기에 LG전자까지 진출을 노리고 있다.
지난해 LG전자 인사에서는 생산기술원에 전무 1명과 상무 일부가 승진하는데 그쳤다. 현재 생산기술원장을 맡고 있는 정대화 사장은 2023년 임원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 인사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이번 임원인사에서는 승진인사가 늘어나면서 조직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지난해에는 경영환경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경영진들 대부분을 유임하고 최소한의 교체 인사만 단행했다. 지난해 신규 발탁된 CEO는 홍범식 LG유플러스 사장이 유일하다.
이 밖에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과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 전무, 김동춘 LG화학 첨단소재사업본부장 부사장이 신규 선임됐다. 사장 승진자는 김영락 LG전자 한국영업본부장과 현신균 LG CNS 사장 등 단 2명에 불과했다. 이는 2023년, 2022년 대비 축소된 수준이다.
이처럼 지난해 인사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올해 인사에서는 사업본부장에 대한 교체 인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미 관세 리스크와 미중 무역 갈등을 포함한 경영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고 엔비디아와 피지컬 AI, 디지털 트윈 등에 대한 기술 협력도 확대하는 만큼 AI 중심의 조직개편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8월 LG디스플레이가 AX를 통한 생산성 향상과 원가 절감 성과가 그룹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며 "AX를 주도할 인재들이 이번 인사에서 전면에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