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이달 말께 인사·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부회장 승진자가 추가로 나올지 여부다. 현재 LG 내에서는 구광모 회장을 보좌할 부회장단으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보좌하기 위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회장 승진자가 나온다면 올해 성과를 낸 계열사 CEO 가운데서 나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좋은 성과를 낸 계열사 CEO들을 정리하고 이들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LG그룹이 오는 11월 말 대규모 임원인사를 예고하면서 재계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여의도 LG트윈타워로 향하고 있다. 구광모(47) LG그룹 회장이 2018년 회장직에 오른 이후 가장 폭넓은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차기 부회장 승진 후보로 조주완(63) LG전자 CEO가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현재 LG그룹의 부회장단은 권봉석 ㈜LG 부회장(전 LG전자 CEO)과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두 명이다. 구 회장이 직접 육성한 세 번째 부회장으로 누가 오를지에 대해 재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전장·HVAC' 체질 전환···AI·구독, 미래먹거리도 = 조주완 사장은 2021년 CEO 취임 이후 LG전자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손봤다. 가전·TV 중심의 B2C 사업 구조를 B2B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면서 '기업을 상대하는 LG전자'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만들어냈다.
특히 전장(VS) 사업본부는 조 사장이 직접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핵심 부문이다. 올해 3분기 VS본부 매출은 2조6467억원, 영업이익은 1496억원으로 출범 이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영업이익률도 5%를 처음 돌파했다.
현재 LG전자 전장사업은 전 세계 상위 10개 완성차 업체 중 8곳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안정적인 장기 공급망을 기반으로 지속 성장이 기대된다. 조 사장은 "전장사업은 LG의 미래 B2B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전략적인 성장축"이라고 직접 강조했다.
LG전자가 육성 중인 또 하나의 B2B 축은 HVAC(냉난방공조) 사업이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냉각 수요가 급증하면서, ES사업본부는 올해 초 출범 이후 매분기 흑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SK엔무브, 미국 GRC와 협력해 AI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액침냉각은 서버를 냉각유에 직접 담그는 차세대 기술로,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주목하는 분야다. LG전자는 "HVAC 시장을 가전 이후의 제2의 캐시카우로 키우겠다"고 밝혔다.
미래먹거리도 마련했다. B2B 전환 속에서도 조 사장은 가전사업의 경쟁력 유지를 위해 '구독 서비스'라는 새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했다. 초기인 2022년 매출 3686억원이던 구독 매출은 2024년 상반기 1조원을 돌파했고, 연간 2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조 사장은 "2030년까지 구독 매출을 6조원까지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가전 판매'에서 '가전 사용'으로의 전환을 이끈 조 사장의 전략은 구광모 회장이 추구하는 '지속 성장형 사업 모델'과도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다.
◇ 인도 상장으로 재무 개선···남은 과제는 'TV' = 지난 10월, LG전자는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며 약 1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를 통해 1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국내로 들여올 수 있게 돼 재무건전성 개선에도 속도가 붙었다.
인도는 향후 가전시장 확대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인도 내 연소득 6000~3만6000달러 수준의 중산층 가구 비율은 2030년까지 46%로 늘어날 전망이다. LG전자는 이를 발판으로 인도법인을 '글로벌 3대 생산·판매 허브'로 육성할 계획이다.
다만, TV 사업의 부진은 조 사장 체제의 유일한 약점으로 지목된다. LG전자의 MS사업본부는 올해 2분기부터 적자 전환해 두 분기 연속 손실을 기록했다. 누적 적자 규모는 약 5000억원.
TV 시장이 고가·저가 이원화로 재편되고,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구조적 수요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LG전자는 내년 6월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수요 회복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등이 제한적일 경우, TV 부문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성과 중심 리더십"의 시험대 = 조주완 사장은 내부적으로 '전략통'으로 평가받는다. 2020년부터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으며 LG전자의 신성장 로드맵을 직접 그려온 인물이다. 구광모 회장이 강조해온 '성과와 실행 중심의 리더십' 기조를 가장 충실히 구현한 CEO로 꼽힌다.
B2B 확대, 구독사업 안착, 인도법인 상장 등 실질적 성과를 입증한 만큼, 조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는 것이 재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다만, 그가 진정한 'LG의 3번째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TV 사업 정상화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는 그의 성과형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르는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