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이 이달 말께 인사·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부회장 승진자가 추가로 나올지 여부다. 현재 LG 내에서는 구광모 회장을 보좌할 부회장단으로 권봉석 ㈜LG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이 있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구광모 회장의 경영 행보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보좌하기 위한 부회장 승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부회장 승진자가 나온다면 올해 성과를 낸 계열사 CEO 가운데서 나올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올해 좋은 성과를 낸 계열사 CEO들을 정리하고 이들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누군가 자리를 채워야 한다면 누군가는 나가야 한다. 현재 LG그룹 내 부회장이 권봉석(62) ㈜LG 부회장과 신학철(68) LG화학 부회장 2명인 점을 고려하면 빈 자리를 채우는 게 우선이겠지만, 조직을 쇄신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변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LG그룹의 최장수 부회장인 신학철 부회장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재편과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신약 등 신사업 중심의 사업 재편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야 할 일이 많지만, 1957년생인 신학철 부회장은 경영진들 가운데서는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한국 3M 수석부회장을 맡다가 2018년 LG로 영입돼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았다. '순혈주의'를 중시하던 LG그룹 내에서 외부인사가 대표이사 부회장을 맡은 걸 두고 당시 재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신학철 부회장은 같은 해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취임한 이후 처음 이뤄진 대표이사 인사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순혈주의'를 뒤로 하고 능력 위주의 인재 등용을 하겠다는 구광모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로 구광모 회장은 취임 이후 외부 인재를 적극 영입해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변화를 꾀하기도 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취임 이전에 LG화학은 전체 매출 중 석유화학 비중이 64%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그러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배터리 소재와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을 신성장축으로 삼고 체질 개선을 모색했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의 매출 비중을 낮추고 신사업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기여했다.
특히 배터리 사업은 신학철 부회장의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신학철 부회장은 당시 전지사업본부(現 LG에너지솔루션)을 진두지휘하면서 분사 필요성을 처음 공식화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배터리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 완성차 고객사 확보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또 전지사업본부 분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GM과의 얼티엄셀즈 합작법인 설립은 신학철 부회장이 주도한 결과다. 이를 바탕으로 전지사업본부는 2020년 12월 독립 자회사로 분사해 현재의 LG에너지솔루션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사 이후 전기차 호황기와 함께 호실적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중국의 저가 공세와 미국의 보조금 정책 변화로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다소 줄었으나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소형전지 사업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LG화학의 매출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의 비중은 절반이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올해 3분기 LG화학의 매출 11조1962억원 중 LG에너지솔루션은 5조6998억원을 차지했다. 이는 석유화학부문의 4조4609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이처럼 LG화학의 성장을 주도한 인물이지만, 최근에는 석유화학부문의 침체로 근심이 큰 상황이다. 앞서 정부는 석유화학 사업재편 방안을 통해 연말까지 나프타분해시설(NCC) 25% 감축 등의 방안을 주문했다. 불황이 장기화되는 만큼 속도감 있는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지만, LG화학의 구조조정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LG화학과 GS칼텍스는 지난 9월부터 NCC 통폐합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정부가 정한 시한 안에 결과를 낼 지 불확실한 상황이다. 신학철 부회장은 사업재편과 관련해 "세부사항은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큰 틀에서 아이디어는 나와있다"고 밝혔다.
신학철 부회장은 석유화학에 대한 사업재편이 끝나면 3대 신성장동력을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신학철 부회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재료와 친환경 소재, 신약 등 3대 신성장동력의 질적 성장을 통한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성과 중심 R&D로 전환하고 구조적인 경쟁력 확보와 현금 흐름 개선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LG화학의 현재 분위기를 고려한다면 신학철 부회장은 석유화학 사업재편을 마치고 신사업을 안착시키는대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것으로 보인다. 1957년생인 신학철 부회장은 내년에 만 69세가 된다. 이는 대기업 CEO들 가운데서도 나이가 많은 편에 속한다. 다만 과거 LG생활건강에서는 1953년생인 차석용(72) 부회장이 2011년부터 2022년까지 부회장을 맡다가 퇴임했다. 퇴임 당시 차석용 부회장의 나이도 69세였다.
재계 관계자는 "신학철 부회장이 3M 시절부터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가 LG화학의 신사업 안착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구광모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ABC(AI·바이오·클린테크) 중 하나인 바이오 사업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신학철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