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삼성카드가 3분기 전 사업부문의 고른 성장에 힘입어 1위 굳히기에 나섰다.
업황 부진과 조달비용 부담에 순이익은 감소했지만, 다른 카드사 대비 탄탄한 수익 흐름을 보이며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해 연체율 개선에 성공, 할부리스 부문이 큰 폭 증가하는 등 성장세가 돋보였다. 업계는 지난해 12월 취임한 김이태(59) 삼성카드 대표이사의 경영 전략이 통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카드의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영업수익은 3조3325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790억원) 대비 8.2% 증가했다.
특히 전 사업의 이용금액이 모두 상승하며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3분기 기준 신용판매 이용액이 41조2357억원으로 작년 동기(37조9389억원) 대비 8.7% 늘었고, 카드대출 이용액은 4조2786억원으로 동 기간(4조21억원)과 비교해 6.9% 증가했다.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된데다, 7월부터 도입된 3단계 스트레스 DSR과 6.27가계대출 규제 영향으로 카드론도 줄어드는 악재에도 수익 증대에 성공한 셈이다.
특히 할부리스 이용액이 11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867억원) 대비 33.9%나 늘었다. 할부리스 사업은 일반 신용판매 대비 장기대출로 취급하고, 자동차 등 담보 기반 상품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
법인과 기업 등 고객 저변을 넓히고 조달비용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카드사들이 최근 주목하고 있는 사업 중 하나다. 수수료율이 지속 인하되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방어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영업수익은 늘었지만 비용 부담이 늘면서 순익 증가폭은 감소했다. 삼성카드의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은 4973억원으로 작년 동기(5313억원) 대비 6.4%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비용이 433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0% 늘었기 때문이다. 신규 차입금리는 전 분기 대비 하락했지만, 총차입금리가 0.03%p 상승한 탓이다. 저금리 시기 조달액 만기가 도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손비용은 여전히 가장 큰 부담 요인이다. 3분기 삼성카드의 대손비용은 55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보다 13.3% 늘었다. 우량회원 확보와 신용판매 증가로 연체율(9월말 기준, 1개월 이상)이 0.93%로 전분기(0.98%)대비 0.05%p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업황 부진으로 인해 회수 환경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 총차입금리가 하락세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달비용 증가폭은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조달비용과 대손비용이 소폭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자수익과 수수료수익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익은 안정적인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은 줄었지만, 삼성카드는 이번 분기에도 가장 많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수성했다. 특히 2007년부터 1위를 지켜온 신한카드와 순익 격차를 벌이면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은 1617억원을 기록, 뒤를 이은 신한카드(1338억원)와 279억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김이태 대표이사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시도와 리스크 관리 중심 전략이 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이태 대표는 기획재정부 출신의 '글로벌 금융' 전문가이자, 삼성전자를 거쳐 2023년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디지털 사업에도 강점을 지닌 인물로 통한다.
김 대표는 5년간 삼성카드를 이끈 김대환 대표가 수수료율 인하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비용부담이 큰 마케팅을 축소하는 등 내실 경영에 집중한 흐름을 이어 받으면서, 본업 경쟁력을 늘리고 AI·데이터 사업 고도화도 함께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대표가 취임한 후 삼성카드는 스타벅스, 반얀트리 호텔 등 굵직한 기업과 제휴를 맺고 PLCC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삼성 계열사인 호텔신라와도 협업해 신상품을 출시했다.
올해 들어 삼성카드가 출시한 신상품으로는 △호텔신라 '신라리워즈 삼성카드' △ '스타벅스 삼성카드' △'번개장터 삼성카드' △'토스 삼성카드' △JCB브랜드 삼성카드 4종 등이 있다. 브랜드 충성 고객 확보로 신규고객 유입이 기대되는 동시에 여신수익 의존도를 조정해 대손비용 부담도 점차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데이터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카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금융계열사와 함께 통합 애플리케이션 모니모를 개편, 금융과 비금융 서비스 전반을 활성화 해 플랫폼 성장을 도모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론칭된 '모니모'는 2023년 마이데이터를 탑재한 '통합자산관리서비스' 출시에 이어 지난해 '주식 거래 서비스', '모니모페이'를 선보이면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4분기에도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카드업계의 환경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나 본업 경쟁력을 지키면서 플랫폼, 데이터, AI 등 미래 성장을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