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3분기 18조원 넘는 주식을 팔아치우며 역대 최대 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코스피가 10% 넘게 오르자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면서 반도체 대형주 매물이 쏟아졌고, 동시에 미국 빅테크·가상자산·AI 관련주 등 해외 투자처로 자금이 이동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7월부터 이달 29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총 18조405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는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8년 이후 3분기 기준 최대 규모다. 특히 9월(1일~29일) 매도액만 10조459억원에 달해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12조82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개인이 차익실현에 나선 것과 달리 외국인은 저가 매수와 실적 개선 기대를 중심으로 매수세를 강화한 셈이다.
3분기 개인의 매도는 삼성전자(-6조9681억원), SK하이닉스(-1조6531억원) 등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두 종목에서만 8조6000억원 넘게 팔아 전체 순매도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방산·조선 등 정책 수혜주에서도 차익실현 물량이 이어졌다.
국내 시장에서 발을 뺀 개인의 자금은 곧바로 해외로 이동했다. 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직전 집계일인 25일 기준 3분기 개인의 해외주식 보관액은 2168억달러(304조원)로 2분기 말 1844억달러(258조원) 대비 328억달러(46조원) 증가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가상자산과 AI 관련 종목으로 매수세가 집중됐다. 개인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가상화폐 채굴주 비트마인(2억7698만달러), 오라클(2억2535만달러), 아이렌(1억9943만달러), 엔비디아(1억9354만달러), ETHU(이더리움 2배 추종 ETF, 1억5488만달러) 등으로, 자금이 뚜렷하게 빅테크·AI·가상자산 종목으로 쏠렸다.
ETF 시장에서도 투자 성향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이달 들어 'TIGER 미국S&P500'에 5420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에 2980억원이 각각 유입되며 미국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으로 자금이 꾸준히 몰렸다. 이는 국내에서 차익실현으로 현금화한 자금이 글로벌 지수 ETF와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면서 투자 무게중심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의 '국내 매도-해외 매수' 행보를 단기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8~9월 미국 증시가 테크 업종 중심으로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국내 개인들도 자연스럽게 해외 성장 테마에 자금을 실었다"며 "국내 차익실현 자금 일부가 해외로 옮겨간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10월 국내 증시 전망에 대해서는 엇갈린다. 일부에서는 "실적발표 기간을 계기로 주도주 중심의 상승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낙관론이 나오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글로벌 금리·환율 변수와 연휴 이후 외국인·기관 수급을 지켜봐야 한다"며 신중론을 내놓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까지는 차익실현 물량과 추석 연휴 전 수급 공백이 맞물리며 국내 증시에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연준 위원들이 여전히 신중한 금리 인하 전망을 내놓고 있는 만큼, 9월 고용지표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과정에서 단기적인 변동성 장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