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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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세인 기자]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음에도, 지수 상승률과 개인투자자들의 체감 수익률 괴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일부 종목의 급등이 지수를 끌어올린 반면,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다수 종목은 상승률이 부진해 지수 상승폭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코스피 지수는 3500선을 앞두고 고점을 향했지만, 상승한 종목은 194개에 불과한 반면, 하락한 종목은 686개에 달했다. 

이 같은 괴리는 등락비율(ADR)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ADR은 상승종목 수를 하락종목 수로 나눈 값으로, 100% 이상이면 매수세 우위를 뜻하고 120%를 넘으면 과열 신호로 해석된다.

실제로 코스피 ADR은 이달 초 80%대에서 출발해 12일 100%대를 넘어섰지만, 불과 열흘 만에 다시 90%대로 내려앉았다. 이는 이번 달 들어 하락종목이 더 많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지수가 고점을 경신하는 동안에도 장내 대부분 종목이 동반 상승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지수 상승을 이끈 것은 소수 대형주였다. 9월 1일~24일 삼성전자는 22.06%, SK하이닉스는 33.64% 급등하며 코스피 지수 상승률(8.98%)을 견인했다. 두 종목의 영향력은 시가총액 비중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가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일 15.49%에서 이날 17.68%로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7.21%에서 9.10%로 확대돼 지수 상승분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다. 이를 두고 코스피의 상승세는 시장 전반의 힘이라기보다 반도체 '투톱'에 쏠린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기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는 달러 약세에 따른 단순 환차익을 노린 것이 아니라, 반도체 업황 개선에 배팅하는 성격이 짙다"며 "외국인 수급이 지수 흐름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이 9월에 집중적으로 매수한 종목의 성적은 아쉽다. 한화오션, 삼성SDI, 현대차, POSCO홀딩스, HJ중공업, 농심, LG에너지솔루션, 현대건설, 기아, 카카오페이 등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급등세를 보인 HJ중공업(52.92%), 농심(10.10%)을 제외한 나머지 8종목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과 기관이 집중 매수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특히 외국인은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9종목에서 모두 수익을 기록했고, 기관도 한화오션과 HD현대미포 외 8종목에서 수익을 냈다. 

그 결과 개인 상위 매수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0.99%에 그친 반면 외국인은 17.56%, 기관은 13.70%에 달해 성과 격차가 17배나 차이가 났다.

전문가들은 개인투자자들의 소외감이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인과 기관은 반도체와 같은 실적 기반의 대형주에 집중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리는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중소형주에 쏠리는 경향이 강하다"며 "정보 접근성과 자금력 차이도 수익률 격차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내 순환매 속도가 빨라진 점도 개인들의 체감 수익률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종별 주도주가 빠르게 교체되는 가운데 개인이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수 상승이 곧 내 계좌 플러스로 이어지는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 장세"라며 "외국인 수급이 몰리는 주도 업종을 주목하고 대형 우량주와 실적 기반 성장주를 적절히 섞어 분산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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