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 도핑된 백금-니켈 촉매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구조 및 촉매 활성 변화. (사진=KAIST)
갈륨 도핑된 백금-니켈 촉매 나노입자의 3차원 원자구조 및 촉매 활성 변화. (사진=KAIST)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수소전기차의 핵심인 연료전지 작동 중 촉매의 '열화 과정(어떻게 망가지고 성능이 떨어지는지)'을 KAIST 연구진이 국제 연구진과 함께 세계 최초로 원자 단위에서 3차원으로 직접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고성능·고내구성 연료전지 개발을 앞당겨 미래 친환경 교통수단과 에너지 전환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KAIST는 양용수 물리학과 교수와 조은애 신소재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로런스 버클리 국립연구소와의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연료전지 촉매 내부의 원자 하나하나가 수천 번의 작동 사이클 동안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방식으로 성능이 저하되는지를 3차원으로 직접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고 14일 밝혔다.

수소연료전지는 탄소 배출이 없는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촉매로 사용되는 백금(Pt) 기반 합금은 주행 과정에서 성능이 점차 저하되는 ‘열화 현상’이 발생해 상용화의 걸림돌이 돼 왔다. 열화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면 연료전지 교체 주기가 짧아지고 수소차 가격 인하에도 한계가 있다.

KAIST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 하나하나의 3차원 움직임을 직접 볼 수 있는 인공신경망 기반 원자 전자 단층촬영 기법을 개발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CT 단층촬영법이 여러 각도에서 X선 영상을 찍어 인체 내부를 3차원으로 보여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연구팀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다양한 각도에서 고해상도 이미지를 촬영하고 이를 인공지능 신경망과 결합해 나노 촉매 내부 원자들의 3차원 위치를 정밀하게 재구성했다.

그 결과 수천 개에 달하는 원자들이 연료전지 작동 과정에서 어떻게 이동하고 변형되는지를 마치 눈으로 들여다보듯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다.

연구팀은 백금-니켈(PtNi) 합금 나노입자에 대해 수천 번의 전기화학적 작동을 가한 후 각 단계에서 촉매 입자의 3차원 원자 구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일반적인 PtNi 입자에서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입자 형태가 변형되고 니켈이 빠져나가며 제 기능을 점차 잃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 갈륨 원소를 조금 섞어준 촉매 입자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거의 없어 처음부터 성능도 더 뛰어나고 오래 사용해도 성능을 잘 유지함을 입증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촉매 안에 원자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성능 저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정량 데이터로 명확하게 규명했다.

양용수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제 연료전지 촉매의 3차원 열화 과정을 원자 단위에서 정량적으로 추적한 세계 최초 사례로, 실험적으로 관측하기 어려웠던 실제 촉매 표면과 내부의 3차원 원자 구조 변화를 직접 측정했다는 점에서 이론 모델이나 시뮬레이션에 의존했던 기존 연구들과 차별점을 가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고성능·고내구성 연료전지 촉매 설계의 핵심 기반이 될 것이며, 또한 AI 기반 정밀 원자 구조 분석 기술은 배터리 전극, 메모리 소자 등 다양한 나노소재 연구에도 폭넓게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및 KAIST 특이점 교수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KAIST 물리학과 정채화 박사, 이주혁 박사, 조혜성 박사, 신소재공학과 이광호 연구원이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8월28일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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