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외에서 K-콘텐츠와 건강한 식생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식품기업들이 'K-소스'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아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간편식 및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 확산에 따라 과거 라면·과자에 동봉되던 소스가 독립 제품군으로 진화하고 있다.
1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스 수출 규모는 3억9975만 달러(약 559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1~7월 수출액도 2억4668만 달러(약 3220억원)에 달해 연말까지 지난해 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시장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는 작년 글로벌 소스 시장 규모가 609억3540만 달러(약 85조원)에 달하고, 2028년엔 657억5920만 달러(약 92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국내 소스 시장 규모를 약 3조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식품기업들은 B2B(기업 간 거래), 건강 특화 제품, 현지화 전략 등 다각도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전통 장 제품과 비비고 불고기·떡볶이·치킨 소스 등을 60여 개 국가에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소스 해외 매출은 전년 대비 10% 넘게 늘었다.
CJ제일제당은 소스 시장 중심을 김치 기반 발효 소스로 끌어올리며 글로벌 외식업계 공략에 속도를 낸다. 최근 선보인 '만능 김치요리용 소스'는 김치볶음밥, 김치 부리토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 가능한 B2B 전용 제품으로 영국, 프랑스, 일본, 브라질, 칠레, 우즈베키스탄, 괌 등 12개국에 수출된다.
이 제품에는 CJ가 자체 개발해 특허 출원한 신(新) 발효 기술이 적용됐다. 김치 고유의 시원한 풍미를 유지하면서도 18개월간 실온 보관이 가능해 글로벌 B2B 유통 한계를 극복했다. 회사는 이 제품으로 호텔, 외식, 급식 시장 등 현지 B2B 채널을 공략한 뒤 가정용 제품 확장도 염두에 두고 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춰 매운맛 강도 조절과 단맛 강화 등 맞춤형 제품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앞으로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해 K-소스 인지도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상은 국내 소스 시장에서 가장 넓은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기업이다. 국내에선 2015년부터 10년 연속 파스타소스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하며, 해외에선 '오푸드(O'Food)' 브랜드를 중심으로 40개국에 500종 이상 소스를 수출 중이다. 지난해 소스 수출액은 약 580억원으로 2018년(약 320억원)보다 80%가량 증가했다.
최근엔 저당·저칼로리 제품군 강화를 위해 '로우태그(LOWTAG)'라는 건강 전문 브랜드 라벨을 도입했다. 로우태그 제품군은 출시 100여일 만에 누적 매출 100억원을 돌파하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특히 대상은 전통 간장·된장류뿐 아니라 K-간편식에 어울리는 만능소스, 드레싱, 볶음소스 등 다양한 형태로 제품군을 세분화해 내식과 외식 수요를 모두 겨냥한다. 건강을 중시하는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당류·열량을 낮춘 포뮬레이션 기술도 꾸준히 개발 중이다.
대상 관계자는 "국가별 생산기지 확보와 글로벌 유통 채널 확대를 통해 매출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동원홈푸드는 B2B 강점을 살려 최근 K-소스 세계화 전략에 본격 나섰다. 특히 할랄(Halal) 인증을 통해 이슬람권 시장 진출 기반을 확보했다. 조미식품 생산 아산 공장에 할랄 전용 분말 생산라인을 구축해 해당 라인에서 제조된 분말을 글로벌 외식 프랜차이즈 등 1000개 이상 고객사에 공급한다.
또 동원은 저당·저칼로리 전문 브랜드 '비비드키친(VIVID KITCHEN)'을 통해 다양한 K-소스를 개발 중이다. 김치 살사, 김치 치폴레 마요, 고추장 핫소스, 불고기 BBQ 소스 등 김치 기반 퓨전소스로 차별화를 시도한다. 미국, 호주, 캐나다, 베트남 등에 수출되며 아마존에서는 소스 부문 상위권에 오르는 등 반응도 긍정적이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연구소를 통해 3000여 개 원료와 8만 가지 레시피를 바탕으로 맞춤형 소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식품 기업들은 자체 소스를 독립 제품으로 내놓으며 '소스 아웃' 전략을 구사 중이다. 대표적으로 삼양식품 '불닭소스', 농심 '짜파게티 만능소스', 팔도 '비빔면 소스'가 있다. 오뚜기는 '라이트앤조이' 브랜드를 론칭해 저당 소스 라인업을 강화, 9개 카테고리 100여 종 이상 소스를 보유하며 해외 수출 1000억원 목표를 세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하인즈, 매코믹 등 글로벌 대형 식품업체들도 K-소스 열풍에 힘입어 한국식 바비큐 소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며 "K-소스는 단순 조미료를 넘어 하나의 식문화로 자리 잡아 시장 전망이 매우 밝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