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에비뉴엘 잠실 및 롯데월드몰. (사진=롯데쇼핑)
롯데에비뉴엘 잠실 및 롯데월드몰. (사진=롯데쇼핑)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롯데백화점이 유통군 최초로 그룹에서 추진 중인 직무 기반 인사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롯데그룹이 지난해부터 계열사별로 순차 도입해 온 직무급제의 일환으로, 롯데백화점은 2025년 9월부터 본격적으로 새 인사체계를 시행하기로 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제도 도입은 기존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에서 벗어나 업무 전문성과 직무 난이도, 중요도에 따른 공정한 보상체계를 구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기존 롯데백화점의 인사제도는 직급과 연차를 기준으로 한 연공서열식 체계였다. 임직원들은 직급별로 정해진 연차가 쌓이면 자동으로 승진 대상이 되며, 임금 또한 연차에 맞춰 인상되는 구조였다. 이로 인해 업무 전문성이나 직무의 난이도, 성과와 관계없이 연차 중심의 승진과 보상이 이뤄졌던 점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새로운 '전문성 성장 중심 HR제도'는 직원의 직무 전문성과 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 체계로 바뀐다. 기존 연차 순 등급 체계인 △A △SA △M △S 등을 폐지하고, 업무 전문성에 따라 1단계에서 5단계까지 구분하는 GL(Growth Level)과 직무 난이도 및 중요도에 따라 1단계에서 4단계까지 나뉘는 JL(Job Level)을 도입한다. 직원들의 임금 인상률은 GL과 JL 등급을 종합해 차등 적용된다. 같은 GL 단계에 속하더라도 JL 수준에 따라 연봉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해당 제도는 글로벌 HR 전략 컨설팅사 '머서(Mercer)'가 컨설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승진 제도도 연차에 얽매이지 않고, 전문성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는 직원이 스스로 레벨업 심사를 신청할 수 있도록 바뀐다. 이는 직원들의 자율적인 경력 개발과 능동적인 승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다. 더불어 팀장 수당 인상과 장기 근속자 승진 제도도 함께 시행돼 동기부여와 직무 전문성 향상을 지원한다.

롯데그룹은 이러한 직무 기반 HR제도를 지난해부터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홍기획 △롯데이노베이트 △롯데케미칼 첨단소재사업부 등 다양한 계열사에 순차적으로 도입해 왔다. 식품군에서는 롯데웰푸드가 최근 도입 절차를 완료한 바 있다. 

롯데백화점은 유통군 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함에 따라 그룹 내 상징적인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6월 말 기준 직원 3047명 중 이번 동의 절차에서 2905명(95.3%)이 찬성했다.

롯데그룹이 직무 기반 인사제도 도입에 나선 배경에는 유통과 화학 등 주요 사업 부문의 실적 부진이 있다. 롯데쇼핑은 2024년 기준 전년 대비 매출이 3.9% 감소한 13조9866억원, 영업이익은 6.9% 줄어든 4731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감소가 이어졌다. 롯데케미칼 역시 지난해 1조8256억원 적자에 이어 올해 상반기 377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이처럼 사업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인사체계 개편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인재 경쟁력 강화를 요구받고 있다.

직무 기반 HR제도는 직원들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업무 생산성 증대를 목표로 한다. 업무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체계도 구축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육성한다. 이로 인해 직원들의 동기부여가 강화되고, 성과 중심의 공정한 보상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직무 기반 HR 인사 제도는 직무와 함께 구성원의 성장성과 능력치 등을 고려해 입체적으로 평가하는 제도"라며, "직원 과반 이상의 동의를 확보함에 따라 9월부터 새로운 제도를 순차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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