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전세사기 예방과 임차인 보증금 보호 방안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보증보험과 전세 에스크로 제도 도입 가능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임대차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대책이 조만간 구체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초 '주택임대차 보증금 보호 방안 마련 연구' 용역을 긴급 발주하고 지난 19일 수행기관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을 선정했다. 용역 기간은 3개월로 단기다. 이례적으로 빠른 발주와 짧은 기간이 설정된 만큼 이르면 연내에 제도 개선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세사기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고 전세대출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 22일 대통령실 수석보좌관 회의에서도 전세사기 피해자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보증금 반환 보장 장치 마련과 대출 제도 점검을 지시했다.
연구의 핵심은 현행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동시에 새로운 보증 제도를 모색하는 것이다. 현 제도가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에게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일부 전세사기 수법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전세가율 90% 수준의 담보 범위도 지나치게 높아 위험 요인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졌다. HUG는 지난해 국회에 전세가율을 80%까지 낮추는 방안을 보고했지만, 임차인 보호 축소와 시장 위축 우려로 시행되지 못했다.
이런 한계 속에 새롭게 검토되는 방안이 전세사기 보증보험과 전세 에스크로 제도다. 보증보험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보증 주체를 임차인에서 임대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논의된다. 임대인이 책임을 지는 구조로 바꿔 임차인의 부담을 줄이고, 계약 안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전세 에스크로는 보증금 일부를 제3자 기관에 예치해 임대인이 임의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장치다. 무자본 갭투자를 막고 보증금 반환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임대인의 초기 부담이 커지고 예치 수수료 전가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실제 과거 윤석열 정부 때도 전세 에스크로가 논의됐지만 집주인 반발을 우려해 채택되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전세보증금 상한제 도입 여부도 검토된다. 시세 대비 일정 금액 이하 전세보증금을 설정하는 임대인에게 세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이다. 임차인 부담 완화 효과가 기대되지만 임대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여권 내부에서는 소액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최우선변제금 제도 손질도 추진되고 있다. 현행 제도는 최초 근저당 설정일을 기준으로 하지만 앞으로는 임대차 계약일 기준으로 보호 범위를 바꾸려 한다. 최우선 변제금 수준을 올리고 지역 기준을 재조정하는 개편안도 병행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는 정부 대책이 시장 전반에 큰 파급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보증보험, 에스크로, 상한제 등 제도가 실제로 도입되면 임대차 시장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전망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와 여당이 내놓을 임차인 보호 방안의 강도에 따라 시장 변화 폭도 달라질 것"이라며 "세부 설계 과정의 현실성과 균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서울 주택 매매 10건 중 7건은 아파트···비아파트 거래 비중 역대 최저
- '부동산 책사' 이상경 국토1차관 "실수요자에 안정적 주택공급"
- 새 정부 출범, 지방 부동산 시장 기지개 켜나
- 연예인도 피하지 못한 전세사기···근본적 해법 모색 시급
- 전세사기 피해자 3만명 돌파···정부, 위반건축물도 첫 매입
- 내년 국토부 예산 62.4조원···안전투자·SOC·공공주택 확대
- '역대 최대 예산' 국토부, 공적주택에 23조 투입···공공임대 확대
- HUG, 연말까지 든든전세주택 1400가구 공급
- 국토부, 전세사기피해자 누적 3만4481명···503명 추가 인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