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용량이 작아 1~2인 가구가 쓰기에 딱."
서울 중구 청계천 이마트 매장 한쪽, '5K 프라이스'(오케이 프라이스) 매대 앞에는 장을 보러 나온 고객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한 손에는 우유를, 다른 손에는 과자를 들고 가격표를 들여다보던 이들은 이내 카트에 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22일 기자가 방문한 이마트 청계천점에는 5K 프라이스의 하늘색 안내판이 붙은 진열대가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750mL 저온살균 우유가 1980원, 무가당 그릭요거트 150g*2입이 2280원, 500mL 해바라기유가 3480원. "싸긴 싸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직원은 팔려 나간 제품의 진열대를 분주히 채우고 있었다.
5K 프라이스는 이마트가 노브랜드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자체 브랜드(PL)이다. 모든 상품을 5000원 이하로 맞췄다. 노브랜드가 대용량·저가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면 5K 프라이스는 소용량·초저가에 방점을 찍었다.
초반 반응도 긍정적이다. 출시 사흘 만에 저온살균 우유 5.5t, 소시지 7000개, 수입 대패 목심 10t 이상이 팔렸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은 가격 경쟁력과 소용량 패키지에 매력을 느끼고 있었다.
한 50대 고객은 "용량이 작아 1~2인 가구가 쓰기에 좋을 것 같다"며 같은 제품을 두 개 집어 들었다. 다른 고객은 소시지를 살펴보며 "확실히 싸다"고 했다. 그가 집은 5K 프라이스 그릴톡톡프랑크 300g은 3780원에 판매 중인데, 같은 매대에 진열된 동원 '그릴리 직화후랑크' 250g*2 제품은 7980원에 판매 중이었다.
둘러보며 제품들을 비교해 본 결과 눈에 띄는 상품 몇 개가 있었다.
먼저 '5K 프라이스 저당 태양초고추장'은 900g에 4780원으로, 해표 순창궁 태양초 햅쌀 고추장 1kg 17980원, CJ 해찬들 매운 고추장 1kg 21200원과 비교해 합리적이었다. 고춧가루 함량은 CJ 제품 13.3%, 해표 11.8%, 5K 프라이스 8.0% 순이다. 5K 프라이스 공알갱이 재래식 된장 900g 역시 3280원으로, 같은 매장에서 그다음으로 저렴한 'CJ 해찬들 재래식 된장' 1kg*2 8150원보다 저렴했다.
국민 반찬으로 활용 가능한 5K 프라이스 살코기참치 인 워터 150g은 2580원(가다랑어 비중 85%)으로, 두 번째로 저렴한 사조 살코기참치 85g*4입(가다랑어 79%) 6286원 대비 약 18% 저렴했다.
즉석밥 제품(백미밥 180g4) 역시 100g당 456원으로, CJ 햇반 작은공기6(100g당 764원)와 오뚜기 작은밥*6(100g당 998원) 세트 제품보다 많게는 절반가량 싸다. 5K 프라이스 스파게티면 500g은 1580원으로 시중 판매 제품 중에 가장 싸다.
이 외에도 △맛있는 두부 400g(980원) △이지트위스트+ 보관 용기 750g 2개입(2280원) △이지트위스트+ 보관용기 3L(2280원) △물티슈 100매(980원) △2개입 칫솔(880원) △2L 세탁세제(2480원) 등 합리적인 제품이 보였다.
5K 프라이스의 무기는 단순히 '작고 싸다'에 그치지 않는다. '저당 고추장', '노슈가 딸기잼', 단백질을 강화한 '밸런스 크랩'처럼 건강과 기능성을 강조한 상품도 내놨다. 또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양파칩'과 같은 원물 스낵을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했다. 단순 가성비 브랜드가 아니라, 트렌드를 반영한 기획력을 담보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이마트 관계자는 "5K 프라이스는 단순 행사성 상품이 아니라 상시 운영 브랜드로 기획됐다"며 "글로벌 소싱과 통합 매입을 활용해 기존 브랜드보다 최대 70%까지 가격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다만 5K 프라이스 앞에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생활용품 균일가 시장을 사실상 장악한 다이소다. 다이소가 '소량·즉시 구매'에 강하다면, 이마트는 '대형마트 장보기'와 결합해 계획적인 초저가를 노린다. 즉, 장을 보러 온 고객이 식재료와 함께 생활용품까지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또 초저가 제품 특성상 품질 경쟁력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유통가는 PB·PL 제품을 앞세우고 있지만 NB(제조사 브랜드)제품 대비 맛이나 원재료 면에서 더 우수하게 만들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평가다. NB 일부 상품은 대용량 행사 시 5K 프라이스 제품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 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업계는 5K 프라이스를 '판을 흔드는 변수'로 본다. 대형마트가 본격적으로 저용량·초저가 경쟁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1차로 162종을 내놨고, 하반기에는 25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5K 프라이스는 초저가 영역에서도 '이마트가 만들면 다르다'라는 자신감의 결과물로 고객의 체감 물가를 낮추는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통합매입을 통해 확보한 원가 경쟁력을 고객과 상품에 재투자해 지속해서 수익을 창출하며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