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는 가운데, 장거리 노선 과점 강화와 유지·보수·운영(MRO) 내재화에 따른 비용 절감이 맞물리며, 구조적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시너지가 본격화되면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우위를 확보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대표 장거리 노선인 미주 노선에서 견조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국제 여객 매출에서 미주 노선 비중 38%, 아시아나항공은 25%를 차지했고 인천발 미국·캐나다 노선의 주간 편도 운항 편수에서도 대한항공 109회, 아시아나항공 49회를 맡아 전체 63%를 점유했다. 외항사 운항분 가운데 양사가 코드셰어를 통해 판매하는 편수까지 포함하면 점유율은 사실상 80%에 이른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일부 노선에서 과점 시정조치를 요구하고 있어 단기적인 점유율 변동 가능성은 남아 있다.
미주 노선은 수요 기반도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내 교민 증가와 대미 투자 확대로 인한 비즈니스 기회, 여기에 환승 흐름까지 안정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발 미국행 유임 승객은 163만명에 달했으며, 자동차·이차전지·반도체 등 국내 기업의 현지 공장 확충에 따라 체류 인원도 늘고 있다. 같은 기간 인천발 미국행 환승객 역시 105만명을 기록했다. 이러한 흐름은 통합 대한항공 출범 이후 장거리 노선 이익을 뒷받침할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통합 효과는 장거리 노선 과점 강화뿐 아니라 MRO 측면에서도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은 인천 영종 운북지구에 578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4만제곱미터(㎡) 규모의 엔진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7년 준공 예정인 이 시설이 완공되면 대한항공의 엔진 정비 역량은 연간 360대, 정비 가능 엔진 종류는 9종으로 확대된다. 기존 부천 엔진 공장이 연간 100대 수준(6종)에 머무르는 점을 감안하면 대폭적인 확장인 셈이다.
이 같은 정비 역량 확장은 비용 구조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이미 일부 자가 정비를 통해 외주 수수료를 줄이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정비 위탁 비중이 높아 절감 여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이와 관련, 지난해 영업비용에서 정비비 비중은 대한항공이 3.1%에 그친 반면 아시아나항공 10.6%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영종 엔진 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양사의 외주 정비 수수료 절감 효과만 연간 9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2026년 말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이듬해부터 운임 제한 해제와 영종 엔진 공장 준공 효과가 맞물리며 본격적인 시너지가 가시화될 전망"이라며 "운임 결정력과 정비비 절감이 동시에 강화되면서 통합 대한항공 이익 기반 강화는 물론,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도 우위를 드러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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