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대한항공이 인천시 영종도에 항공기 유지·관리·보수(MRO) 특화단지를 조성하며 정비 사업 역량 강화에 나섰다. 글로벌 항공 수요 회복에 따른 MRO 시장 성장에 대응해, 외부 수주 기반을 넓히기 위해서다. 업계에서는 무인기 등 방산 수요 확대에 따른 항공 우주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28일 미국 항공산업 전문기관 ICF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항공기 MRO 시장은 1240억달러 규모로 전년 대비 6% 성장했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이 470억달러로 가장 컸고, 이어 유럽·중동·아프리카 410억달러, 미주 350억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항목별로는 엔진 정비가 전체 시장의 51%를 차지하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부품 정비(21%), 라인 정비(13%), 기체 정비(8%), 항공기 개조(6%)가 뒤를 이었다. ICF는 "신규 기재 및 엔진 기술 지속 도입으로 MRO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시장 규모는 129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전했다.
대한항공은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영종도에 연간 360대 수준의 항공기 엔진을 정비할 수 있는 MRO 특화단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현재 정비 능력 연 130대 대비 약 3배 가까이 확대된 규모다. 대한항공 측은 "자사 정비 물량 외에도 연간 약 100대 규모의 외부 정비 수주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도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당장 MRO 특화단지 구축에 따른 수익성은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글로벌 MRO 사업자들이 비교적 높은 수준의 수익성을 거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화단지 완공은 수익성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글로벌 MRO 사업자들은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엔진 제조사 GE 에어로스페이스는 MRO 서비스를 병행하며, 지난해 엔진 및 서비스 부문에서 269억달러의 매출, 70억5000만달러의 영업이익, 26.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루프트한자그룹 산하의 항공기 MRO 업체 루프트한자 테크닉은 같은 기간 매출 74억유로, 영업이익 6억4000만유로를 거두며, 영업이익률 8.5%를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특화단지 구축은 단순히 정비 물량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대한항공이 MRO 전문 업체로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무인기 등 방산 수요가 확대되는 흐름 속에서 축적된 엔진 정비 기술을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확장하면, 향후 항공 우주 사업 고도화도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한항공은 1976년 보잉 707 엔진 정비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5000대 이상의 항공기를 정비해왔다. 2004년부터는 외항사 물량 수주를 본격화했고, 미국, 유럽 등 13개국 항공당국으로부터 정비조직 인증을 획득해 품질 신뢰도를 확보했다. 보잉·에어버스 등 항공기 제작사로부터 최우수 협력업체로 수차례 선정된 이력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