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위기 국면을 넘긴 국내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임금단체협상이 고비를 맞으며 산업계 전반에 노사 갈등이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떠올랐다. 주요 산업별 임단협 동향과 노사 갈등을 진단하고, 향후 산업 지형 변화를 전망한다./ 편집자 주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사진=현대제철)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현대제철 노사가 2025년 임금교섭을 위한 첫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첫 교섭에서는 구체적인 요구안이나 조건 없이 상견례만 진행됐으며, 양측 모두 올해 협상은 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하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내 철강업계 전반의 부진과 현대제철 내부의 경영 위기, 구조조정 여파 등 악재가 겹치는 상황에서 순탄한 교섭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노사는 12일 당진제철소 안전문화관에서 2025년 임금협상을 위한 첫 상견례를 가졌다. 이번 교섭은 인천, 당진, 순천, 포항, 하이스코의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5개 지회 공동교섭단과 제철 경영진, 상호 인사가 참석해 진행됐다.

올해 임금 교섭 첫 상견례는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끝난 지 4개월 만에 열렸다. 첫 만남인 만큼 노사 양측은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협상이 원활히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인사를 나눴다. 특히 작년 협상이 7개월간 이어졌던 만큼 올해는 연내 타결을 이룩하자는 데 양측이 뜻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첫 상견례에서 사측은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소폭 흑자 전환을 이뤘으며, 빠른 협상 타결이 회사와 직원 모두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노조 측 역시 이에 동의하고 서강현 현대제철 대표가 첫 교섭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아쉬워하며 차기 교섭에는 반드시 함께해 줄 것을 촉구했다. 

올해 교섭에서 '연내 타결'에 노사 모두가 뜻은 모은 건 지난해 사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노사는 2024년 임단협을 7개월간 이어가다 올해 4월에서야 잠정 합의에 이르렀다. 협상 기간 내내 성과급 규모를 두고 대립하며 파업과 직장폐쇄가 반복된 바 있다.

최종적으로 양측은 임금 10만1000원 인상, 기본급 450% 성과금, 1050만원의 일시금 지급에 합의했다. 그 과정에서 생산 차질과 파업, 직장 폐쇄 등 많은 갈등을 빚었고 노사 간에 후유증이 크게 남아 있어 올해는 이러한 소모전을 피해야 한다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선 국내 철강산업의 현황이 녹록지 않은 점과 여러 악재가 현대제철을 덮친 상황에서 올해 교섭도 순탄하게 흘러가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제철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2023년 대비 각각 10%, 80% 급감했으며 올해 1분기에도 19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다행히 2분기에 영업이익 1018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한숨을 돌렸다. 

현대제철 측은 하반기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포트폴리오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할 방침이나 대내외적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철강 수요의 둔화와 원자잿값 및 전기요금 상승, 거기에 지난 한미 관세 협약에서 철강 부문은 제외되며 유지된 50%의 고율 관세 등의 악재로 현대제철의 수익성 확보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미국 관세 인상은 현대제철의 수출 경쟁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어 경영 정상화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또한 올해 상반기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항 2공장 가동을 무기한 중단하고 희망퇴직을 단행했던 사측의 결정에 노조는 집단행동을 펼친 바 있다. 포항 2공장은 건설 경기 침체로 매달 약 56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던 곳으로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당진 및 인천 사업으로 전환 배치가 진행된 바 있다. 이에 노조 측은 지난 6월 '구조조정 저지 1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하고 포항시청과 포항공장 일대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인 바 있다.

시장 불황에 따라 깊어진 현대제철 노사의 갈등은 이달 초 포항 2공장 생산 중단과 포항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 건을 양측이 합의하며 어느 정도 봉합이 된 상태다. 회사 측은 노조의 요구사항인 고용 보장을 수용하고 중기부 매각 대금은 포항 공장 경쟁력 강화에 재투자하기로 했다.

이와 같이 올해 상반기 많은 어려움과 갈등 그리고 철강산업의 불황이 노사 모두에게 영향을 끼치며 올해 임금 협상만큼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조속히 타결하는 것에 뜻이 합치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들도 서로의 이익만을 주장하며 협상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보다 현재는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상황이라고 제언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성과급이나 임금 인상 폭을 둘러싼 줄다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생존 전략과 경쟁력 회복 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노사가 상호 양보를 통해 업황 위기를 극복하는 대승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대제철 노조 측은 오는 21일 차기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며 1차 상견례에서 결정한 2025년 임금협상 교섭 원칙 아래 협상을 진행할 방침이라 전했다.  

(사진=현대제철 노조)
(사진=현대제철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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