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무인이동체 자율군집제어 전문업체 파블로항공이 국내 최초로 레벨4 수준의 군집조율 기술을 확보, 수십 대 무인기가 하나의 유기체처럼 움직이는 군집지능 시대를 열었다.
2018년 설립된 이 회사는 군집조율과 통합관제를 핵심 역량으로 삼아 정찰·자폭드론 연계 군집타격과 공연형 드론시장, 인공지능(AI) 항공기 점검드론 등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해왔다. 특히 드론 여러 대가 자율적으로 비행 경로를 설정하고 임무 수행 과정에서 실시간 협력하는 군집조율 기술을 고도화하며, 차세대 드론 원천 기술을 선점한 업체로서 국내외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파블로항공의 경쟁력은 다수 드론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어 임무를 수행하도록 만드는 군집조율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완성도와 자율성에 따라 0~5단계로 구분되며, 레벨4는 모든 기체가 상호 연결된 통신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분석하며, 지능형 분산임무 통제, 분산 비행 제어, AI 기반 임무 예측·의사 결정, 군집 조직화, 표적 식별, 장애물 탐지·회피 등을 지원한다.
레벨5는 모든 기체가 완전한 자율성을 갖고 독립적으로 판단·협력하는 단계로, 전장 재편, 장거리 분산 작전, 대규모 물류망 자율 운용까지 가능해진다. 파블로항공은 이 단계 달성을 최종 목표로 지능화·자동화 소프트웨어(SW)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지능화·자동화 SW 개발은 개별 기체에 일일이 명령을 입력하지 않아도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자율적으로 경로를 설정하고,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일부 기체가 손실되더라도 임무를 이어가는 안정성을 갖추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중이다.
방산 부문에서는 정찰·타격드론을 연계한 복합 무기체계 개발로 나아가고 있다. 정찰드론 R10s가 주야간 촬영이 가능한 전자광학·적외선 센서와 레이저 거리측정기로 표적 위치와 정보를 확보해 전송하면, 자폭드론 S10s가 상호 신호를 주고받는 통신망과 AI 기반 군집비행을 활용해 여러 방향에서 동시에 타격하는 집중 연발 공격을 수행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6월 육군 시연에서 성능을 검증했고, 7월 항공무기체계 기술발전 컨퍼런스에서도 실전 적용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민간 부문에서는 '파블로X' 시리즈를 앞세워 공연형 드론시장을 개척한 상태다. 대표 기종인 F40은 대형 군집비행에 최적화된 기체로, 고출력 발광다이오드(LED)와 불꽃 연출 장치를 결합해 2020년부터 세 차례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웠다.
국토교통부·대한항공과의 협업을 통해 동시위치추정·지도작성(SLAM)과 군집비행 제어를 결합한 AI 항공기 점검드론 '인스펙션 드론'도 선보였다. 정밀 유도제어, 비행제어·내비게이션 SW 등으로 점검 효율성과 정밀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향후 공항 인프라, 대형 선박·건축물 유지보수 등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한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안전성 강화를 위한 기술개발 역시 병행되고 있다. 파블로항공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연계 교통실무회의에서 공개한 '저고도운항위험도평가시스템(L-ORAS)'은 유럽항공안전청(EASA)과 미국연방항공청(FAA)의 안전지표를 통합 적용해 지상·공중 위험, 기상 상황, 경로 장애물 등을 종합 분석한다. 이를 통해 비행 승인, 보험료 산정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위험도 평가 종합 포트폴리오를 생성하며, 현재 군집자폭드론과 드론아트쇼 시연 등 주요 프로젝트 사전 검증에 적용되고 있다.
L-ORAS 개발을 총괄한 유동일 파블로항공 기술부사장은 "무인기 운항이 활성화됨에 따라 비행승인 등 사전절차를 넘어 안전성 검증을 위한 사후관리 영역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L-ORAS의 가치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집조율 기술 고도화는 실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매출은 설립 초기인 2021년 9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3년 새 10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는 군집조율 기술 응용 가능성이 타 분야로 지속 확장되면 파블로항공의 시장가치는 가파르게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군집조율 기술은 방산과 민간을 아우르는 차세대 무인이동체 산업의 핵심 기술"이라며 "레벨4 기술 확보를 발판으로 레벨5 완전 자율체계 구현까지 기술 고도화를 이어가는 한편, 항공·물류·안전관리 등 다양한 분야로 적용 범위를 확장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