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타결된 31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 협상이 세율을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80조원)를 투자하고 1000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재계에서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다소 아쉽다는 반응이다.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원내대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김병기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미국과의 관세협상이 성공적으로 타결됐다"며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는 옳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협상을 통해 한미 간의 산업협력 더욱 강화되고 한미동맹도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며 "우리 농민의 생존권과 식량 안보를 지켜냄으로서 민생경제 회복에 대한 대통령님과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시켰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 수출시장 다변화 등 산업 혁신을 지원하기 위한 입법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성준 정책위 의장 역시 "먼 타국에서 고군분투한 정부 협상단과 또 우리 기업 대표자들께 치하의 말씀을 드린다. 자세한 협상 결과는 보고를 받아봐야겠습니다만, 그동안의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우리 경제에 긍정적인 신호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계기로 삼아 가겠다"고 전했다. 

박상혁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조금 전 우리나라와 미국의 관세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협상으로 우리 경제에 드리웠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며 "상호관세를 15%로 낮췄고,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에 대한 관세도 15%로 낮췄다. 반도체와 의약품에서도 최혜국 대우를 받았고, 쌀과 쇠고기 시장의 추가 개방도 협상을 거쳐 하지 않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애초에 미국이 짜놓은 판 위에서 해야 하는 어려운 협상이었지만 정부는 우리가 지켜야 할 국익들을 철저히 지켜냈다"며 "1500억 달러 규모로 우리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협력 펀드와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펀드 또한 미국 시장에 우리 기업의 든든한 교두보가 되어 줄 것"이라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관세 협상에 나선 정부 협상단과 기업인들을 격려했으며 관세율에 대해서도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다만 세부 항목에 대해서는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정부 협상단과 아울러 삼성의 이재용 회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회장 등 민간 외교관들의 노고가 컸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송 원내대표는 "한미 FTA가 15% 관세율로 합의가 되었다는 점은 일본이나 EU와 동일한 차원에서 관세율을 부담되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 자동차 대비 우리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 약화와 외환 보유고·GDP 대비 과도한 투자 액수, 추가 농산물 개방 등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김정재 정책위의장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것은 우리 산업의 심각한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였고 재계와 국민 모두 한숨을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김 정책위의장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과 노조법 개정 등을 언급하며 "협상이 타결됐다 해도 이미 상당수 우리 기업들이 관세부담을 예고 받은 상황이고 타결과정에서도 여러 희생과 양보가 뒤따랐다"며 "대통령께서 지금이라도 초심으로 돌아가 민생과 기업의 활력을 되찾을 방안이 무엇인지 진중하게 고민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관세협상이 타결된 31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한 시민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계에서도 이번 협상 타결에 대해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6단체는 3일 공동 논평을 내고 "대미 통상 협상 타결을 환영한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한미 경제협력을 포함한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제6단체는 "이번 합의는 수출환경 불확실성 해소는 물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주요국과 같거나 더 좋은 조건에서 경쟁하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갖는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발표된 양국 간 산업협력 고도화를 위한 펀드는 우리 기업들이 조선,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에너지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미국 및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데 있어 중요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며 "우리가 강점을 가진 제조 경쟁력과 미국의 혁신역량, 시장을 결합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수출시장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경제계는 현재 국회에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과 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이에 대해 신중한 논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경제6단체는 "기업환경을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국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더욱 힘쓸 것"이라며 "이를 위해 최근 국회에서 논의중인 기업 관련 법안이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처리될 수 있도록 신중한 검토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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