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가 협동로봇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에 나섰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사업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 지속 성장 기반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풀이된다.
31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미국 '원엑시아'의 지분 89.59%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원엑시아는 제조·물류·포장 등 다양한 산업 분야를 대상으로 AI 로봇 자동화 시스템을 설계·제작·공급하는 업체다. 박스 조립, 포장 등 협동로봇 기반 AI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북미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지분 인수는 김 대표가 취임 후 강조해 온 '지능형 로봇제조사' 전환 전략의 연장선이다. 그는 "미국 내 로봇 솔루션 리더십 확보, 현지화된 기술 서비스 거점 마련, 데이터 기반 AI 내재화 등 실질적 시너지가 기대되는 전략적 투자"라며 "회사의 미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초 두산로보틱스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김 대표는 신사업 재편과 차세대 로봇 개발 등 전방위 혁신을 이끌며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 목표는 단순한 작업 보조를 넘어, 특정 목적을 처음부터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자율성과 완결성을 갖춘 로봇 개발이다. 그는 "고객이 단 몇 번의 조작만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지능과 경험이 담긴 로봇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인수가 악화된 업황 속에서 단행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4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69% 급감했고, 영업손실은 157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전방 산업의 수요 부진이 실적 부진의 주된 원인이라는 게 사측의 설명이다.
실제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은 2023년을 기점으로 성장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자동화 수요 확대로 주목받았지만, 산업로봇 대비 속도와 하중이 낮고, 소규모 생산 공정에 국한된 활용 구조 탓에 규모의 경제 형성이 어려워서다. 이에 업계 1위 유니버설로봇조차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업계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다.
두산로보틱스 측은 "이러한 외부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자 글로벌 업체 지분 인수와 차세대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며 "AI 부문 전문 인력 채용도 진행 중이고, 올 3분기에는 연구개발(R&D) 혁신센터 완공도 앞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업계는 수요 확대를 목표로 하드웨어 성능을 양팔형 로봇으로 개선하거나, AI를 접목해 협동로봇 자체를 지능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두산로보틱스도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장기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전략이 현실화된다면 지능형 로봇제조사로서 재도약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