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경 (사진=픽사베이)
서울 전경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김예온 기자] 지난 6월 27일, 정부가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즉각적인 파장이 일고 있다. 대출이 어려워지자, 아파트 매수 계약이 잇따라 해제되고, 실수요자들 역시 늘어난 현금 부담에 매수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다. 과열 양상은 일시적으로 진정됐지만,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과 위축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대출 규제 발표 당일 서울 주요 재건축 기대 단지들에서 계약 체결과 동시에 해제가 잇따랐다. 성동구 옥수 삼성(전용 84㎡·19억8000만원), 서초구 신반포 16차(83㎡·38억3000만원),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차(52㎡·18억8000만원) 등에서 계약이 신고됐으나 모두 같은 날 해제됐다. 같은 날 송파구 파크리오를 비롯해 강남권,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노원 등지에서도 계약 해제 사례가 이어졌다.

특히 재건축 기대감으로 매수 문의와 신고가 거래가 활발하던 단지들조차 규제 리스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관망세로 전환된 점이 눈에 띈다. 대출 한도 축소와 실입주 의무 등 현실적인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매수자들은 자금 계획에 차질을 빚어 계약을 취소한 것으로 해석된다. 재정비 사업으로 인해 최근까지 계약이 활발하게 이뤄졌던 단지들에서도 이 같은 계약 해제 현상이 나타나는 것에 대해,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현재 자금 마련이 쉽지 않고, 실입주 조건도 까다로워진 만큼, 실수요자들은 자금 계획을 다시 세우고 생활 여건을 충분히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조치로 수도권 주담대 한도는 LTV 70% 기준 기존 약 9억6000만원에서 6억원으로 줄었다. KB부동산 기준, 2025년 7월 현재 서울 아파트 중간 매매가는 약 15억원으로, 신규 매수자가 해당 아파트를 구매하려면 최소 8억6000만원 이상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 시 LTV도 80%에서 70%로 축소됐으며,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자금 대출 한도 역시 줄어들었다.

이처럼 대출 규제 강화가 실수요자의 자금 부담을 키우는 가운데, 거래량과 가격 상승폭 모두 둔화되고 있다. 대출 규제 전 일주일(6월 20~26일) 서울 아파트 거래건수는 1,629건이었으나, 이후 일주일(6월 27일~7월 3일)은 577건으로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도 6월 다섯째주 0.40%로, 전주(0.43%)보다 줄었다. 강남, 서초, 송파, 강동 등 주요 지역의 상승폭이 모두 감소했다. 반면 양천구, 영등포구 등 일부 지역은 상승세를 보이며 '풍선효과' 조짐도 나타났다.

과거에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전월세 가격이 동반 상승한 사례가 있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LTV·DTI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종부세, 양도세 인상, 전매 제한 등 각종 규제를 병행하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나 전세가격 급등과 전세난이 발생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집값 안정을 목표로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확대와 함께 LTV, DTI 등 주담대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특히 고가주택과 다주택자, 임대 사업자 등에 대한 대출 제한과 종부세 인상 등 복합적인 규제가 동시에 시행되면서 매매 수요가 전세로 이동했고, 전세대출 한도 축소나 보증 제한 같은 추가 조치로 임차인의 부담은 더 커졌다.

(사진=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사진=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현시점에서 규제보다 더 큰 문제는 공급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7681가구지만, 내년에는 약 9600가구, 2027년에는 82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재건축·재개발 인허가 지연 등으로 건설사들의 분양이 위축된 영향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급 절벽이 매물 희소성을 심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 모두에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급 감소는 가격 상승 압력과 시장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신규 착공 부진과 인허가 지연이 이어질 경우, 다시 공급 절벽과 가격 불안정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6·27 대출 규제가 전월세 가격에 점진적인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랩장은 "이번 대책으로 대출한도가 제한되고, 전세를 활용한 투자도 어려워지면서 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덧붙여 "갭투자용 매물이 줄어들면서 전월세 시장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보증보험 가입 등 제도적 제약이 커지는 점도 월세 시장의 강세로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전월세 시장은 가수요가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정책으로 인해 주택을 구매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거비가 증가하는 등 시장의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정부 정책이 매매를 잡으려다 전월세 가격을 폭등시키는 경우가 있다"라며 "전월세 시장은 구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반영해, 현재 대출 규제로 인해 전월세 시장의 오름폭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일부에서는 "수도권 주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도시 등 신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기존 신도시 개발을 조속히 진행하되, 향후 새롭게 공급할 신도시는 없다"라며, 수도권 내 신규 대규모 택지 개발보다는 기존 계획된 신도시의 신속한 추진과 금융·투기 규제 강화에 정책의 무게를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