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주요 빙과류 제조사들이 아이스크림 가격 및 거래조건을 담합한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들 기업은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하는 '빙과업계 빅3'로, 수년간 가격 담합을 벌여 부당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2부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빙그레 법인에 대해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빙그레 임원 A씨에게는 원심과 같은 형량인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롯데푸드·롯데제과(현재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임원에게도 각각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유지됐다.
재판부는 "4개 제조사가 모두 같은 목적으로 가격을 낮추자는 기본 합의에 기초해 여러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제품군(샌드류, 콘류 등)을 연결해 가격을 조정한 점도 합의의 결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업체들이 주장한 '원가 인상'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의 담합은 2016년 2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약 3년 반에 걸쳐 벌어졌다. 제조사들은 △소매점 거래처 분할 △신규 소매점 침탈 금지 △편의점 행사(2+1 등) 품목·마진율 제한 △납품 가격 및 판매가 공조 등 구체적인 방식으로 담합을 이어갔다. 특히 '소매점 대상 지원율'을 사전 협의해 유통 가격 경쟁 자체를 무력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 업체가 2016년 2월부터 2019년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과 소매점 거래처를 나누는 방식으로 담합해 약 100억원의 부당이익을 챙겼다고 봤다. 2022년 2월 이 같은 담합 혐의를 적발하고, 총 1350억여 원에 이르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또 당시 공정위는 "시장 경쟁 질서를 심각히 훼손한 사안"이라고 규정하고, 담합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법인 및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임원들을 기소했고, 법원은 1심과 항소심 모두 담합 구조와 공모 정황을 인정했다.
해당 사건은 입찰 담합으로도 번졌다. 업체들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5월까지 현대자동차의 아이스크림 납품 입찰에서 낙찰 순번 및 가격을 사전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판결로 인해 형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 및 신뢰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유통채널인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대상으로 한 '2+1 행사 품목 조율' 등은 소비자에게 실질적 피해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향후 담합 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하고, 유사 사건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