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의 세계 최대 규모 암모니아 운반선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의 세계 최대 규모 암모니아 운반선 (사진=한화오션)

[서울파이낸스 김완일 기자]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확정하면서 글로벌 해운업계는 친환경 전환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기로에 섰다. 이는 단순히 선박의 연료를 바꾸는 것을 넘어 산업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국내외 해운사는 각기 다른 전략을 통해 친환경 전환에 대응할 전망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IMO는 지난 4월 제83차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에서 2027년부터 5000톤(t) 이상 선박에 대해 온실가스 집약도(GFI) 기준을 강화하는 중기 조치를 의결했다. 이 기준을 초과하는 선박은 t당 100달러에서 380달러에 달하는 배출부담금을 납부해야 하며 이러한 규제 강화는 해운업계의 친환경 전환을 가속하고 있다.

이에 세계 해운 빅3로 불리는 머스크, MSC, CMA CGM은 각기 다른 연료 전략을 구사하며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 해운사인 HMM과 팬오션도 차별화된 접근법으로 경쟁력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IMO의 탄소중립 목표에 대응하여 세계 해운 빅3는 서로 다른 탈탄소 전략을 선보이는 가운데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것은 머스크다. 2023년까지 메탄올 추진선 25척을 발주하며 업계 탈탄소화를 선도했던 머스크는 지난해 메탄올선 발주를 중단하고 LNG선 12척을 발주했다. 그린메탄올의 높은 가격과 공급망 불안정성이 이러한 전략 수정을 가져왔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MSC는 처음부터 LNG 연료에 대한 일관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까지 83척의 이중연료 LNG 컨테이너선을 발주하며 친환경 선대를 LNG 추진선으로 단일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CMA CGM은 2017년 LNG 추진 컨테이너선 9척 발주를 시작으로 150억달러(약 20조44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선대 갱신에 나섰다. 저탄소 연료 운항 선박을 2028년까지 120척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탈탄소, 친환경 패러다임에 대응할 계획이다. 

HMM 그린호 (사진=HMM)
HMM 그린호 (사진=HMM)

국내 해운사들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글로벌 탄소중립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은 2045년 넷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총 23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 중 61%에 해당하는 14조4000억원을 친환경 경쟁력 강화에 집중 투자한다. HMM의 친환경 경쟁력 강화 전략은 연료 다각화다. 지난 3월 국내 최초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인 'HMM 그린호'를 도입했고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9척을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지난해 11월에는 LNG 추진 컨테이너선 2척도 도입했다. 

HMM이 도입한 메탄올 연료선은 바이오메탄올을 사용해 기존 화석연료 대비 탄소배출을 65% 이상 저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유럽연합 탄소배출권거래제도(EU ETS)에서 탄소발생량을 '0'으로 인정받아 탄소세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HMM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암모니아, 수소 등 차세대 친환경 연료 연구개발에도 적극 참여하며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설 계획이다.

팬오션은 연료 대신 기술 혁신을 통한 차별화 전략으로 나아가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은 국내 외항선박 최초로 초대형 광탄선에 도입한 '로터 세일 시스템(RTS)'이다. 해당 시스템은 풍력 에너지를 활용한 보조 추진력으로 연료 절감과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동시에 달성하는 기술이다. 또한 공기 윤활 시스템으로 선박 마찰 저항을 줄이고, 선박 운항 최적화를 통해 에너지 소비와 운항 경로를 최적화하는 등 복합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올해 6월 HD현대중공업에 발주한 친환경 VLCC 2척은 IMO의 에너지효율설계지수 3단계를 충족하며, 필요시 LNG 및 암모니아 연료로 전환할 수 있는 설계를 적용했다.

연료 전환, 장비 교체, 인프라 구축, 탄소세 등은 해운사들의 막대한 자본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해운협회는 CII D등급 이하 선박을 친환경선으로 전환하는 데만 최소 4조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비용은 결국 화주와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세계금융시장협회는 "2050년 완전한 해운 탈탄소화를 위해 운임에 10~15%의 가격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자율운항 선박 시장이 2030년 2541억달러(약 34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해운업계의 기술 혁신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며,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어서기 위해선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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