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90 CC (사진=볼보)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스웨덴 완성차 제조사 볼보가 왜건 라인업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글로벌 SUV 수요 확대에 따른 전략적 판단으로, 기함급 왜건 V90 크로스컨트리(CC)도 조만간 단종 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지난 8일 시승한 단종 예정 모델 V90 CC는 SUV 못지않은 넉넉한 적재 공간과 세단에 가까운 차분한 주행감으로, 왜건이 지닌 본연의 강점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2995mm에 달하는 긴 휠베이스, 평탄한 바닥 설계는 넉넉한 공간감을 제공했고, 2열 시트를 모두 접은 상태의 적재 공간은 준대형 SUV에 버금갈 정도로 광활했다. 성인 둘이 눕고도 여유가 있을 만큼 넉넉해 여가 활동용으로도 손색이 없었다.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를 내는 직렬 4기통 가솔린 터보 엔진은 8단 자동 변속기와 만나 실용 영역에서 충분한 가속 성능을 보여줬다. 2t에 가까운 무게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호쾌하게 나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은 8초가 채 걸리지 않았다. 가속 성능에 걸맞게 제동력도 강했다. 감속 페달을 지그시 눌러주자, 속도계 숫자가 빠르게 떨어지는 동시에 차체 역시 고르게 가라앉았다. 예측 가능성이 풍부한 제동에 신뢰가 갔다. 

V90 CC 인테리어 (사진=볼보)
V90 CC 티맵 내비게이션 (사진=볼보)

굽잇길 위에서 움직임은 침착했다. 언더스티어가 날 듯한 상황에서도 진행 방향을 벗어나지 않았다. 승차감은 전반적으로 부드러웠는데, 험로 대응까지 고려한 서스펜션 세팅 덕분에 노면의 크고 작은 충격을 효과적으로 걸러내는 느낌이었다. 지상고는 206mm에 달해, 도심 주행 시 과속방지턱이나 요철을 넘을 때 하부 손상에 대한 걱정 없이 안심하고 탈 수 있었다. 풍절음 등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은 크지 않았고, 덕분에 장시간 운전 시 피로도도 낮았다. 주행 모드는 에코·컴포트·다이내믹으로 구성됐으며, 컴포트에서 가장 균형 잡힌 움직임을 보였다. 

앉은 자세가 보기보다 높아서 그런지 전방 시야는 탁 트인 느낌이었다. 허벅지, 엉덩이, 허리를 감싸는 1열 시트는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한 덕분에 만족스러운 착좌감을 제공했다.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는 발빠른 반응속도와 함께 국내 도로 환경에 최적화한 티맵 내비게이션을 지원, 신속·정확한 길 안내를 제공했다. 

SUV의 실용성과 세단의 편안함을 모두 품은 V90 CC는 왜건 시대의 끝자락에서도 존재감이 여전했다. 가격은 7250만원부터 시작한다. 차체 크기, 실내 구성, 주행 성능 등을 고려하면 합리적이다. 단종 이후에는 신차 구매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만큼, 희소성과 소장 가치 측면에서도 기대할 만하다.

V90 CC (사진=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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