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한국무역협회(KITA)는 수입 구리에 대한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국가안보 위협 조사에 대응해, 우리 무역업계의 입장을 담은 공식 의견서를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제출했다고 8일 밝혔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10일 수입 구리 및 파생제품에 대해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국가안보 위협 조사를 공식 개시하고, 이달 1일까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경우, 긴급하게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철강·알루미늄과 그 파생품, 자동차·자동차 부품 등에 이미 이 조항이 적용돼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KITA는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한국산 구리 제품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우려가 없어 232조 조치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특히 한국산 구리의 미국 수입 비중은 지난해 기준 3.5%에 불과하며, 미국이 구리 수입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현지 투자가 미국의 생산 능력 확대와 자립도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ITA는 구체적인 대미 투자 사례로 LS전선과 풍산을 제시했다. LS전선은 약 8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버지니아주에 해저 전력 케이블 생산공장을 이달 착공할 예정이며, 풍산은 1992년부터 아이오와주에서 매년 약 5만4000톤 규모의 구리 압연재를 생산하고 있다.
또한 KITA는 구리 파생제품에까지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 내 수요산업과 전력 인프라 확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선, 동판, 동박, 압출제품 등에 대한 추가 관세는 배터리, IT부품, 변압기, 건설자재 등 다양한 산업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케이블과 전선의 경우 AI 등 첨단산업 육성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 구축에도 차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KITA는 만약 한국산 제품의 전면적인 관세 제외가 어렵다면, 수요산업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생제품 대상 범위를 축소하거나, 기업들이 공급망을 조정할 수 있도록 관세 조치의 단계적 적용을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KITA는 올해 초부터 통상법무대응팀을 신설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 등 통상 문제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조성대 KITA 통상연구실장은 "철강·알루미늄, 자동차·부품에 이어 구리 외에도 반도체, 의약품 등에 대한 조사가 조만간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논의될 다양한 수입규제 조치에 대비해 업종별 단체 및 주요 기업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정부의 원활한 협상 지원을 위한 정보 제공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