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영선 기자] 본업인 신용판매부문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카드업계가 미래의 먹거리로 '신기술사업금융업'을 낙점했지만, 업황 부진과 규제 허들에 발목이 잡히면서 기대만큼 성과를 낼지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 8곳(삼성·신한·KB·롯데·우리·BC·하나·현대)이 전부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곳은 4개사(신한·KB·롯데·우리)에 그쳤다. 이 중 지난해 신기술금융 출자금을 늘린 곳은 우리카드와 롯데카드 등 2곳이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자본이 부족하지만 가치를 지니고 있는 기업에 투자하는 일종의 벤처캐피탈(VC)이다. 신기술사업자에게 투자와 융자, 경영 및 기술 지도 등을 제공해 기업 성장을 도모하고, 여기서 비롯된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다.
해당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신기술금융업자(신기사)로 등록해야 하며 필요 자본금 기준은 100억원이다. 투자 대상은 금융, 보험, 부동산업을 제외한 신기술사업으로 제한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신한카드의 신기술금융자산은 918억4400만원으로 전년 동기(926억9300만원)대비 0.9% 줄었다. 같은 기간 동안 KB국민카드의 신기술금융자산 출자금도 41억1900만원에서 37억7100만원으로 8.4% 감소했다. 하나카드의 경우 2020년 3분기까지 투자를 진행해왔지만, 이후 관련 투자 비용은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우리카드의 지난해 12월말 기준 우리카드의 신기술금융회사 출자금은 32억3800만원으로, 전년 동기(22억1200만원) 대비 46.3%가량 증가했다. 우리카드는 우리금융지주의 스타트업 협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신기술금융자산 출자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우리금융그룹은 디노랩 선발기업 투자를 늘리면서 50억원 규모의 '디노랩 1호 펀드'를 조성해 총 9개 기업(딜리버리랩, 스칼라데이터, 코드오브네이처, 인포플러스, 누아, 위밋모빌리티, 히든뉴스, 오픈플랜, 캐시멜로 등)에 97억원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우리금융그룹이 2016년 위비핀테크랩을 시작으로 184개의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1752억원의 직·간접 투자를 확대하면서 우리카드도 펀드 출자에 동참했다.
우리카드의 신기술금융업 출자금은 올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100억원 규모의 '디노랩 2호' 펀드를 추가 조성해 디노랩 선발기업 성장에 필요한 후속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그룹사 공동 조성 펀드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신기술금융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혁신 기술과 사업모델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지속해서 추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롯데카드도 지난해 12월 말 기준 신기술금융 사업 출자금이 25억1300만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21억8500만원) 대비 15% 늘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신기술을 활용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에 투자와 융자를 제공 중이다"라며 "지난해 3분기 중 신규 출자건이 발생해 자산이 전 분기 대비 6억원 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기술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한 카드사 간 출자금 확대를 놓고 엇갈린 행보를 보인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 국내 카드사의 연체율이 10년새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업황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여신전문금융회사 영업실적'에 따르면, 작년 말 8개 전업카드사 연체율은 1.65%를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0.02%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1.69%를 기록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 중에서도 카드론과 현금서비스를 비롯한 대출상품 연체율 상승이 두드러진 영향으로 '불황' 우려가 더해지면서 카드사의 출자금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신규 먹거리로 신기술금융 투자가 주목되고 있지만, 투자한 기업이 성장해 수익을 내야 투자이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탓에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상황도 한 몫했다.
특히 본업과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의 경우 '제도적 장벽' 탓에 관련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반응이다.
실제로 지난 4일 여신업계는 서울 중구 여신협회에서 진행한 '국민의힘-여신금융업계 현장간담회'에서 신기술금융 라이선스 보유사가 기존에 투자할 수 없었던 금융, 보험, 부동산 관련 벤처기업의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내용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신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중기부나 벤처캐피탈과 달리 카드사가 보유한 라이선스는 투자 범위에 제한이 있기 때문에 이 차이를 해소해 달라는 것"이라며 "겸용업무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 더 적극적인 영업을 하기 위한 요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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