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금융당국이 작년 호실적 등을 근거로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한 가운데, 당국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매출 증가로 인한 성장이 아닌 비용절감 및 소비자 혜택 축소를 통한 불황형 흑자라는 설명이다. 설상가상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부담이 무이자할부 등 소비자혜택을 더욱 축소시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3일 금융위는 '2025년 상반기 영세·중소가맹점 선정 결과'를 통해 14일부터 신용카드가맹점 305만9000곳에 매출 구간별로 우대수수료율을 0.05~0.1%포인트(p)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금융위는 내수부진 등 자영업자들의 고충을 감안, 연매출 10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 11만6000곳에 대해서도 향후 3년 동안 기존 수수료율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의 핵심 근거는 양호한 실적이다. 앞서 당국은 적격비용 산정 결과 카드업계가 경감 가능한 금액이 연간 3000억원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실제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 8곳의 누적순이익은 2조22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9% 성장했다.
반면 업계에선 당국의 해석이 잘못됐다 지적하고 있다. 매출 성장에 의한 호실적이 아닌 소비자 혜택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의 결과라는 설명이다.
실제 작년 카드수익은 16조3579억원으로 전년 대비 5.5% 증가에 그쳤으며, 본업이라 할 수 있는 가맹점수수료수익(6조680억원)은 2.8%만 성장했다. 실적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일년새 10.4%나 성장한 할부수수료수익(2조5803억원)다.
주목할 점은 매출만 놓고 보면 결과가 반대라는 점이다. 8개사의 지난해 일시불 이용액은 525조4359억원으로 전년 대비 5.9%나 증가한 반면, 할부 관련 매출은 106조4573억원으로 1.5%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결과는 무이자할부 혜택 축소로 빚어졌다. 최근 몇 년새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카드사들은 판촉비와 무이자할부 등의 소비자 혜택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영업전략을 선회했다. 그 결과 할부 부문의 매출 증가세가 더뎠음에도, 유이자할부 이용비중이 늘면서 수익성이 제고됐다는 설명이다.
단적으로 지난달 기준 8개사 중 6개월 이상의 무이자할부가 가능한 곳은 전무했으며, 대체로 2~3개월 무이자할부 혜택만 제한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추석 명절을 맞아 카드사 다수가 6개월 이상의 무이자할부를 부활시켰지만, 금융당국의 수수료율 추가 인하 결정에 다시 혜택을 축소하거나 중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8개사의 연회비수익(1조766억원)이 전년 대비 9.2%나 늘어난 반면, 모집비용(4824억원)이 27.3%나 줄어드는 등 비용절감 노력 역시 업계에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부진한 업황 속 수수료율이 추가 인하됐다는 점이다. 건전성 악화나 내수 부진 우려가 상존한 가운데 수익성 악화된 카드사 입장에선 다시 소비자혜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효율화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이익 상단이 낮아지니 비용을 줄여 메꾼 격이다. 당장 실적은 챙겼지만 고민이 많다"며 "가맹점들 역시 당장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무이자할부나 포인트 같은 혜택이 줄면서 소비도 줄고 있다. 장기적 관점에서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