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은행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로 전환하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권 아파트 가격이 치솟는 등 주택 매수세가 확산하는 흐름인 데다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 행렬까지 겹치면서 안정됐던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시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12일 발표한 '2025년 2월중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3000억원 증가했다. 전월 9000억원 감소했다가 1개월 만에 다시 증가한 것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지난달 전 금융권 주담대는 5조원 늘어 전월(3조2000억원)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고 지난해 10월(5조5000억원)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많이 늘었다.
서울시가 지난달 12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 등 일부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을 해제하면서 강남3구를 비롯, 서울 수도권 지역 주택 거래량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급감했던 월별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5개월 만에 4000건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량은 지난해 7월 9224건에서 대출규제 강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등의 영향으로 9월~올해 1월 3000건대로 급감했는데, 2월 들어서만 4000건을 회복했다.
부동산시장 투자심리가 살아난 가운데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관리를 위해 도입했던 각종 제한 조치를 새해 들어 해제하면서 대출 증가세를 자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은행들은 지난해 중단했던 다주택자 주담대, 비대면 신용대출 등의 상품 판매를 올해 1월부터 재개하는 한편, 생활안정자금 대출한도도 폐지했다.
실제 지난달 업권별 가계대출 증가 추이를 보면 은행 가계대출이 3조3000억원 늘어, 전월 5000억원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전환했다.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성대출 증가폭도 같은 기간 2조2000억원에서 2조9000억원으로 확대됐고, 은행 자체 주담대는 6000억원 감소에서 6000억원 증가로 전환했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 역시 1조원 늘어나며 전월 감소세(-5000억원)에서 증가세로 전환됐다. 상호금융권(-1000억원→8000억원)과 여전사(-1000억원→3000억원)는 증가세로 돌아선 반면, 저축은행(2000억원→-200억원)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보험(-5000억원→-1000억원)은 전월 대비 감소폭이 축소됐다.
이런 가운데 금리 하락기에 진입하면서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속속 내릴 경우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은 지난달 25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낮추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28일 주기형 주담대 상품의 가산금리를 0.25%p 낮췄고, 농협은행은 이달 6일 비대면 주담대와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4%p 인하했다. 하나은행은 10일 대면 주담대 혼합형 상품 가산금리를 0.15%p 내렸다. 신한은행은 오는 14일부터 주택구입자금·생활안정자금용 주담대(금융채 5년·10년물) 금리를 0.10%p씩 낮추고, 7개 신용대출 상품 금리도 0.10∼0.20%p 하향 조정한다.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금융당국도 고민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 당국은 차주 상환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은행들이 과도한 이자장사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심상치 않은 흐름을 보인 탓에 금리 인하 압박 수위를 마냥 올릴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관련해 금융당국은 이날 "부동산 규제가 완화된 서울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적인 주택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기조를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지역별 주택시장 상황과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주택시장 상승폭 확대 우려로 과도한 불안심리가 확산되거나 투기·시장교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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