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우리나라 경제·금융정책 수장들이 올해 경제상황에 대해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고 진단하면서 금융시장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와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권 협회장들은 3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범금융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금융계 인사들과 새해 경제전망, 중점 추진과제 등을 공유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불참했다.
정책 수장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정책기조 전환과 혼란스러운 국내 정치상황 등 대내외적 리스크 요인으로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각종 정책수단을 적기에 도입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대독한 신년사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국내 정치상황, 미국 신정부의 정책기조 전환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크게 확산되고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커진 모습"이라며 "어느 때보다 엄중한 상황에 대응해 정부는 비상한 각오로 우리 경제·금융을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권한대행은 "무엇보다 대외신인도에 한 치의 흔들림이 없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경우 과감하고 신속하게 시장안정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용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은 전례 없이 높아진 정치·경제적 불확실성 하에서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변수 간 상충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한국은행은 앞으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그에 따른 경제 흐름의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총재는 최 권한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의 적절성을 재차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평가가 다르겠지만, 최 권한대행께서 대외 신인도 하락과 국정 공백을 막기 위해 정치보다는 경제를 고려, 어렵지만 불가피한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김병환 위원장도 "우리 경제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했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활동과 심리를 위축시키는 상황에 놓여 있다"며 "내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서민·자영업자의 부담도 지속되고 있고 불확실성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언제라도 잠재 리스크가 현실화될 수 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금융이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실물경제 회복에 주력하면서 우리 경제·금융의 신인도 유지를 위한 노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복현 원장은 "올해에도 우리 경제는 국내 정치불안, 기준금리 인하기대 후퇴 등 다시 한번 불확실성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며 "그간 우리 금융산업은 어려운 시기마다 적시 자금공급 등을 통해 경제 안정에 크게 기여했는데, 이번에도 금융이 경제 최전선에서 버팀목 역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시장 안정과 더불어 민생경제 회복과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최 권한대행은 "밸류업 세제 지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도 지속 추진할 것"이라며 "서민 정책금융을 역대 최대 규모인 11조원 공급하고,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도 추가로 확대하는 등 민생금융 지원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서민 정책금융 확대, 은행권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 등 '민생안정' 대책이 현장에서 신속하게 안착해 서민·소상공인들이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본시장 밸류업, AI 확산을 위한 인프라 정비 등을 일관되게 추진해 금융산업 혁신을 지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금융권을 향해서는 해외투자자 소통 강화를 통한 대외신인도 유지 역할을 당부하는 한편, 상생금융에도 속도를 내줄 것을 주문했다.
최 권한대행은 "현장에 있는 금융인 한 분 한 분이 외국인투자자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국경제의 건전성을 알리는 민간 국제금융협력대사 역할을 해달라"며 "지난달 은행권에서 마련한 연 6000억~7000억원 규모의 상생금융지원 방안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시행해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에게 힘을 보태달라"고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자체적인 건전성·유동성을 굳건하게 유지하는 동시에 서민·소상공인, 기업에 대한 자금공급과 경영계획 등을 계획된 일정에 따라 흔들림 없이 추진해달라"고 말했다.
이 원장도 "대내외 환경 급변에도 우리 금융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도록 손실흡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하는 등 위기대응역량 강화에 신경써달라"며 "올해는 민생경제 지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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