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12월 23일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미래관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통합정책 프레임워크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지난해 12월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 미래관에서 열린 한국국제경제학회 학술대회에서 통합정책 프레임워크를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금융안정보다 경기부양에 힘써야한다는 지적에 대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한다는 정책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일 이창용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당장의 경기둔화 고통을 줄이고자 미래에 다가올 위험을 외면해 왔던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먼저 이 총재는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그는 "전례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입수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 양상과 경제 흐름 변화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금리인하 속도를 유연하게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현 상황에서 통화정책만으로 우리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렵다"며 "통화정책을 포함한 경제 시스템 전반이 정치적 프로세스에 영향받지 않고 독립적·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조적 문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음에도, 수출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우리 수출 구조가 반도체, 자동차 등 몇몇 주력 상품 위주로 고착화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미뤄온 결과, 잠재성장률이 2%까지 낮아졌다.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2040년대 후반에는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이제는 과거의 높았던 성장률에 대한 기억을 내려놓고, 우리 경제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문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을 진통제로만 사용한다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며 "단기적 부양과 함께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조정 문제에 집중해 중장기적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한다. 일례로 추경을 통해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을 도와줘도 현상 유지를 위한 지원에만 초점을 둬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이 총재는 "올해 우리 앞에 놓여진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지만, 과거에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잘 이겨낼 수 있다"며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과 해야할 것부터 차분하게 실천해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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