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건설현장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동아건설이 자금난에 시달리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건설업계 연쇄 부실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금융권에도 충격이 전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은행들은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을 보수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리스크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10일 본지가 시공능력 기준 상위 50개 건설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10곳의 지난해 3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10곳에 대한 은행권 장·단기차입금 규모는 총 8조3018억4637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차입금은 은행권이 해당 건설사들에 내준 프로젝트파이낸싱(PF)·운영자금·시설자금·매출채권·한도대출 등을 합한 수치로, 안정적으로 회수가 가능한 담보대출은 제외했다.

상위사 가운데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건설사는 워크아웃(기업재무개선작업) 절차가 진행 중인 태영건설(부채비율 747%)을 비롯해 △금호건설(640%) △코오롱글로벌(559%) △HL디앤아이한라(269%) △SK에코플랜트(251%) △동부건설(249%) △GS건설(238%) △계룡건설(231%) △한신공영(220%) △롯데건설(217%) 등 10곳이다.

건설업의 경우 투자금 회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고려해 부채비율이 100~150%면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한다. 이 비율이 200%를 넘어가면 '위험' 수준으로, 400%를 초과하면 '잠재적 부실 징후'가 있다고 판단한다.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신동아건설의 경우 2023년 말 기준 부채비율이 428.75%에 달했다.

부채비율이 잠재적 부실·위험 수준인 건설사들에 대한 은행 대출 규모가 8조원을 훌쩍 넘은 것이다. 전체 건설업종으로 넓혀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20개 은행의 건설업종 대출채권 규모는 46조507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금감원이 관련 집계를 시작한 이래 최대 규모다.  

문제는 건설업 대출규모가 최대치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업황 회복 속도는 더뎌지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 PF 시장 위축 등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된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인하 속도조절을 시사한 것도 건설업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상위권 건설사의 유동성 위기는 중하위권 건설사 및 협력업체의 연쇄 부실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 금융권에 미칠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건설업 대출 건전성 지표는 악화되는 추세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건설업 대출 연체규모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041억원으로 전년 동기(832억원)와 견줘 209억원 늘었다.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대출 규모는 4284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 동기보다 54%(2780억원) 증가한 수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8일 신동아건설 관련 보고서를 내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2024년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에서 58위를 기록한 중견 건설사의 기업회생이 발생함에 따라, 건설산업 및 부동산 업황에 대한 추가적인 저하 위험이 존재한다"고 진단한 바 있다.

건설업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도 관련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하거나 모니터링을 강화하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경기를 많이 타는 업종에 대해서는 산업평가를 진행한 후 산업등급을 매기는데, 등급이 좋지 않은 업종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금리를 올리거나 대출을 보수적으로 취급한다"며 "건설업도 평가가 좋지 않은 산업 중 하나로, 이전부터 좀 더 타이트하게 관리를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는 "연초에 업종별 대출 포트폴리오 계획을 세우는데, 경기가 좋지 않은 업종은 대출을 예년보다 축소하게 된다"며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건설업종에 대한 대출은 축소하는 기조"라고 말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서울파이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