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일대.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여의도 증권가 일대. (사진=서울파이낸스 DB)

[서울파이낸스 증권부] 결국 해외 증시 투자가 옳았다. 올해 국내 증시는 정부를 필두로 기관투자자, 기업, 개인투자자 등 모든 시장참가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한 몸이 돼 뛰었다. 코리아 밸류업 정책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독려했고, 당초 시행이 예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도 폐지하기로 했다. 당사자인 기업은 하반기 들어 장내에서 꾸준히 자기주식을 매입하면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ETF 등에 투자하면서 힘을 보탰다.

하지만 연말을 앞두고 갑작스런 계엄과 기업들의 실적 축소, 달러 강세, 외국인 이탈 등 충격이 이어지면서 상승폭을 모두 반납했다.

◇미장으로 떠난 개미···수익률 100% 넘어   
2020년 이후 이어진 개미들의 해외 진출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가속화됐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12월 2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은 109억8769만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했을 때(중위권 값 1380원 적용) 올해 15조1630억원어치를 샀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1만5011.35에서 2만20.36으로 33.36% 급등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4742.83에서 6037.59로 27.30% 올랐다. 이것만으로도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로 떠나는 이유가 설명된다.

더 재미난 점은 보유 종목의 주가 급등으로 평가액이 순매수 총액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보관금액은 지난해 말 대비 495억6449만달러(68조3990억원) 늘어난 1175억8798만달러(162조2714억원)로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미장 투자자들의 수익률은 순매수 상위 5개 종목을 기준으로 평균 10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655.28에서 2429.67로 8.50% 하락했다. 개인은 5조5496억원어치 순매도 했다.

◇대형 증권사 해외주식 수익성 개선, 중소형 증권사 PF충당금에 '적자'
미국 증시의 큰 상승으로 인해 해외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대형 증권사의 수익성도 개선됐다. 코로나19 이후 해외주식 접근성이나 편의성이 높아지자 해외주식 일평균 거래금액은 올해 4분기 4조원을 돌파했다. 2023년 1분기에도 2조5000억원이나 됐는데 올해 들어 63.1%나 증가한 것이다. 그 덕분에 대형 증권사에서는 해외주식 수수료가 국내주식 수수료를 역전할 가능성까지 높아졌다.

임희연, 김민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매매비용을 고려한 순수수료율은 9.1bp로 국내주식 2.4bp 대비 3.7배다. 대형사의 경우 미국 현지법인에서 직접 거래를 수행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며 "해외주식 거래대금 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소형 증권사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시장 위축으로 인해 자산대비 큰 규모의 대손충당금을 쌓으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iM증권은 영업점 수를 절반으로 줄였고, 다올투자증권도 PF 충당금 적립으로 2분기 적자전환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SK증권도 적자다.

◇유례없던 ETF 경쟁···근소한 차이로 삼성운용 勝
연초부터 자산운용사들의 상장지수펀드(ETF) 경쟁이 치열했다. 금융투자협회 종합통계포털에 따르면 ETF 순자산규모는 지난해 말 121조672억원에서 이달 24일 172조5066억원으로 51조4394억원 늘었다. ETF 종목 수도 813개에서 936개로 123개 늘었다.

경쟁에서는 삼성자산운용이 순자산 66조3157억원으로 근소하게 미래에셋자산운용(62조1168억원)을 앞섰다. 이들은 올해 나란히 23개, 21개의 상품을 상장했다. 다만, 전년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미래에셋이 39.10%로 삼성운용(36.08%)을 앞섰다.

올해 ETF시장에서는 3~4위 경쟁이 훨씬 치열했다.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ETF 11종목을 상장해 순자산을 12조9079억원(6조9900억원↑)까지 늘렸다. 증가율로는 118.12%로 상위 5개사 중 가장 높다.

KB자산운용도 지난해 말 9조7223억원에서 올해 13조4264억원으로 3조7041억원 늘리며 한투운용 따돌리기에 안간힘을 썼다. KB운용은 브랜드명도 KB스타(STAR)에서 라이즈(RISE)로 바꿨다.

5위 자리에서는 신한-키움-한화 세 곳이 경합했다. 키움과 한화는 브랜드명을 각각 KIWOOM, PLUS로 교체하는 등 브랜드 강화에 나섰음에도 신한자산운용이 올 한 해 ETF 17종목을 상장하는 등 치고 나가면서 독주로 끝났다.  

◇완벽하게 엇갈린 상하반기 IPO 시장
따따상으로 뜨겁게 시작했던 IPO 시장은 연말 20% 넘는 하락 종목들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차갑게 식어버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코스피 7개, 코스닥 88개사(리츠, 스팩 제외)였다. 1호 상장사였던 우진엔텍은 상장 첫날 공모가 5300원 대비 300% 오른 2만1200원으로 마감했다. 이어 현대힘스 300%, 이닉스 165%, 스튜디오삼익 121.7%, 케이웨더 137.1%, 엔젤로보틱스 225.0% 등 두 배 넘게 급등한 종목들이 잇따라 나타났다. 

투자자들은 공모주를 1주라도 더 받기 위해 증권사마다 계좌를 개설하고 은행권에서 신용대출을 받는 등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IPO 새내기주 공모에 참여했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뒤집어졌다. 하반기 시작과 동시에 출격한 이노스페이스가 -20.4%로 IPO 첫날 장을 마쳤다. 이후 따블은 커녕 50% 이상 상승한 종목도 6개에 불과했다. 특히 10월 24일 씨메스 IPO 이후로는 공모가를 하회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고평가 논란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IPO 새내기주의 공모가는 대부분 기관 수요예측에서 희망밴드 상단 혹은 상단 초과 가격에 형성됐지만 정작 시장에 나왔을 때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평가를 받았다.

결국 출격을 준비하던 케이뱅크나 토스 등 대어들은 하반기 IPO를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토스의 경우 국내 상장 대신 해외 상장으로 눈을 돌리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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