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올 한 해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을 예고하며 업계의 이목을 끈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한반도 공략에 나선다. 상품 및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현대차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과 접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점유율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민관 차원의 투자·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완성차 제조사 비야디(BYD)는 내년 1월 16일 인천 모처에서 국내 승용차 시장 본격 출범을 알리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이달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BYD는 세일즈·서비스를 담당한 딜러사 6곳을 선정한 데 이어, 19일 금융상품 마케팅 강화를 통한 세일즈 네트워크 기반을 다지고자 우리금융캐피탈과 금융업무 제휴를 맺는 등 분주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주요 렌터카 업체들과 미팅을 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하면서 기업대기업(B2B) 시장을 발판으로 삼아 영향력을 넓혀갈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 홍콩에 본사를 둔 중국계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지난 8월 SK렌터카를 지분 100%에, 이달 6일 롯데렌탈을 지분 56.2%에 인수했다. 올해 3분기 기준 SK렌터카와 롯데렌탈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15.7퍼센트(%), 20.8%고, 운영 렌터카 수는 19만대, 26만대 수준이다.
업계 관계자는 "BYD가 국내 주요 렌터카 업체에 접촉한 배경에는 '중국'이라는 꼬리표에서 오는 대중의 부정적 인식에 있다"며 "렌터카 공급을 통한 브랜드 저항감을 낮추는 쪽으로 소비자 접점을 늘리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렌터카 업체들이 카셰어링 등 기업대개인(B2C) 사업도 키우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위협적"이라고 덧붙였다.
BYD 측은 공식적인 접촉은 없었다면서도 상품 및 가격 경쟁력을 통해 인지도를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작년 중국 현지에서 240만대를 판매하며 내수 1위를 차지한 BYD는 연구인력만 11만명을 확보해 상품성을 세계 표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각종 부품을 직접 만드는 내재화 방식을 채택해 시장에 합리적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인동동 BYD 아시아·태평양자동차판매사업본부 홍보총괄은 지난 11월 중국 광둥성 선전시 소재 BYD 본사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나 "한국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상품성 측면에서 중국뿐 아니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도 긍정 평가를 받는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토3, 중형 전기 세단 씰 등을 우선 선보일 것"이라며 "가격은 중국 현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토3와 씰의 중국 현지 판매가는 각각 12만위안(약 2400만원), 18만위안(약 3600만원)부터 시작한다.
BYD와 함께 중국 승용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저장지리홀딩그룹도 내년 자회사 지커를 국내에 공개할 예정이다. 저장지리는 이미 볼보차, 폴스타, 로터스 등 여러 자회사를 내세워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한 상태라서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상반기부터 국내 진출 소식을 알려온 지커는 지난 9월 한국인 대표를 선임한 데 이어 이달 딜러사 선정을 완료했다. 이 중 딜러사는 에이치모터스, 아이언모터스, 고진모터스, KCC오토, 아주 등 5곳이다. 이들 딜러사는 내년 하반기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세일즈·서비스를 담당하게 된다. 첫 출시 차량은 중형 전기 SUV 001이 유력하다.
001은 1회 충전으로 620킬로미터(km)를 주행할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 시간은 3.8초다. 디자인은 스웨덴에 있는 지커디자인센터에서 완성했다. 중국 현지 가격은 30만위안(약 6000만원)부터 시작한다. 앞서 언급한 BYD와 타깃이 다른 걸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BYD와 지커의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산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보면 기술력 자체는 뛰어난 편"이라면서 "저가에서 고가에 이르기까지 선택의 폭도 넓은 만큼 국내 완성차 제조사들은 상품성 개선과 더불어 고객 경험 강화 등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산차 가격 재조정과 동시에 광범위한 서비스 네트워크, 낮은 수리비용 및 짧은 수리기간 등으로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며 "정부도 친환경차 보조금을 차별화하는 등 합법적이면서도 현명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日 혼다·닛산, 경영통합 추진···현대차 꺾고 세계 3위 오르나
- "韓 본격 진출"···BYD코리아, 딜러사 6곳 선정 완료
- [기자수첩] '탄핵정국·트럼프2.0' 내우외환 배터리 업계
- KAMA "中BYD, 일본 이어 한국서도 초기 부진 전망"
- 도이치오토모빌그룹, 신임 부회장에 권혁민 도이치모터스 대표
- [현장] 중국 車산업의 심장 'BYD 본사'···"연구인력만 11만명"
- [시승기] "국산 전기차 못지않네"···국내 출시 유력 'BYD 아토3·씰'
- [2024 증시 결산] 국장, 밸류업 했지만···해외증시가 옳았다
- 무뇨스 현대차 신임 CEO 취임···"성공적 비즈니스로 봉사"
- [신년사] 이정환 SK렌터카 대표이사 "韓 최대 모빌리티 사업자 될 것"
- 완성차업계, 안방서 울상···르노코리아만 함박웃음
- 볼보그룹코리아, 신임대표에 홍석철 창원오퍼레이션 총괄
- BYD, 지난해 글로벌 판매 2위···1위는 테슬라
- 알리·테무가 연 韓 시장, 이제는 中 제조업이 노린다?
- 롯데렌탈·SK렌터카 품은 어피니티 "중국계 아냐···BYD와 협력 논의 없어"
- "2000만원대 전기차 내놨다"···中 최대 제조사 BYD, 한국 공략 본격화
- 中 지커, 한국 법인 설립···전기차 시장 공략 시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