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권 연말 인사에서 대규모 '쇄신' 바람이 불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탄핵 정국 등 변화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대내외적 상황에 맞춰 금융그룹 내부에도 대규모 변화를 주며 쇄신을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영업통' 새 은행장들은 각 금융지주 회장들과 '닮은꼴' 이력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룹의 경영철학과 전략을 잘 이해하고 영업현장에 심을 인물들이란 점에서, 그룹 내 시너지 강화를 염두에 둔 인사라는 분석도 나온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가운데 KB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의 행장이 연말 금융그룹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사에서 새롭게 선임됐다. 대부분의 현 행장들이 탄탄한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이 유력하던 상황이라 이번 새 수장 선임을 두고는 깜짝·파격인사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KB국민은행장에는 이환주(60) KB라이프생명 사장이, 하나은행장에는 이호성(60) 하나카드 사장이, 우리은행장에는 정진완(56) 중소기업그룹 부행장, 농협은행장에는 강태영(58) 농협캐피탈 부사장이 각각 새롭게 내정됐다. 유일하게 자리를 지킨 정상혁(60) 신한은행장은 지난해 초부터 은행을 이끌어 왔으며 올해 연말 인사에서 2026년 말까지 임기 2년을 더 보장받았다.
업권을 이끌어갈 5대 은행장 모두 '영업 전문가'로 꼽힌다. 경영환경이 날로 불확실해지는 상황에서 '영업력 강화'가 은행의 기초체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 '키'인 만큼 현장을 잘 이해하는 인물을 기용했다는 분석이다. 오랜기간 영업 현장을 누빈 만큼 업무 효율성 제고 방안을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인물이란 기대가 반영됐다. CEO로서 현장에 대한 이해는 인사·조직관리,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다.
이환주 국민은행장 후보의 경우 재무와 전략, 영업 등 핵심 부문을 거친 '팔방미인'으로 평가된다. 1991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후 강남교보사거리지점장, 스타타워지점장, 영업기획부장 등에서 현장 경험을 쌓았다. 영업기획부장 시절에는 전국 영업점을 총괄하며 '영업통'이란 평가도 받았다. 2020년부터 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2021년부터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며 '재무통'이란 평도 붙었다.
이호성 하나은행장 후보도 현장경험이 풍부한 그룹 내 대표 영업통이다. 1992년 하나은행에 입행한 후 서초중앙영업본부장, 강남서초영업본부장, 중앙영업그룹장, 영남영업그룹장, 영업그룹장 부행장 등을 거쳐 지난해 1월부터 하나카드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하나카드 사장 재임기간 동안 '트래블로그 카드'를 크게 흥행시키는 등 영업력을 대폭 끌어올린 성과로도 잘 알려져있다.
정진완 우리은행장 후보도 국내외 영업현장을 두루 경험한 영업 전문가이자 기업금융에 특화된 이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다. 1995년 한일은행으로 입행한 후 우리아메리카은행(현지법인) 부장, 종로3가지점장, 기관영업전략부장, 중소기업전략부장, 삼성동금융센터장, 테헤란로금융센터 본부장, 본점영업부 본부장을 거쳐 현재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맡고 있다.
정 후보는 업무 효율을 중시하는 실용·현장형 리더로 평가되는데, 실제 우리은행은 연말 본부 업무 효율화를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기도 했다. 정 후보는 아직 내정자 신분이지만, 이번 조직개편에 그의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강태영 후보는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농협은행 서울강북사업부장과 DT부문 부행장 등을 거쳐 현재 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다년간 대출 관련 업무를 수행했으며 일선 현장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기획력과 영업력을 겸비한 인재로 알려졌다.
연임한 정상혁 신한은행장 역시 영업통이다. 1990년 신한은행에 입행한 후 압구중앙지점 부지점장, 분당지점 부지점장, 둔촌동지점장, 고객만족센터 부장, 소비자보호센터장, 삼성동지점장, 역삼역금융센터장, 성수동기업금융센터 커뮤니티장 등을 거쳤다. 11년간 영업점장으로 근무하면서 수상한 횟수만 28회에 달하는 등 영업 현장에서의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은행 내 전략(CSO)과 재무(CFO) 총괄을 거치면서 다방면에서 성과를 보여준 바 있다.
새 은행장들은 각 금융지주 회장들과도 비슷한 이력을 보유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KB금융지주 양종희(63) 회장과 이환주 후보는 은행 출신으로서 보험계열사 대표를 역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나금융지주 함영주(68) 회장과 이호성 후보는 상고 출신으로 은행 내 지역영업그룹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공통 이력이 있다.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핵심 계열사 은행의 수장으로서 지주 회장과 손발을 맞출 수 있는 '코드인사'가 필요했을 것이란 시각이다. 한편으론,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영업력 강화의 한 축이 되고 있는 만큼 비은행 경험 여부가 계열사 인사에서 중요한 요건으로 자리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관리나 내부통제 측면에서도 영업 현장을 잘 이해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횡령 등 금융사고는 영업점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장에서 통제가 잘 안 되는 구멍이 어떤 부분인지, 업무 효율화를 통해 그 구멍을 어떤 식으로 메울지를 알려면 결국 현장에 대한 이해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에는 부행장들 가운데 은행장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리더의 자질 중 하나로 비은행 경력이 점차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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