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차기 NH농협은행장에 강태영(58) NH농협캐피탈 부사장이 내정됐다. 강 후보는 강호동(61) 농협중앙회 회장의 최측근으로, 중앙회의 계열사 인사 입김이 한층 강해졌다는 평가다. 농협은행을 포함해 생명·손해보험·캐피탈·저축은행 등 5개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를 한꺼번에 교체하며 금융권 쇄신 흐름에 동참했다.
NH농협금융지주는 20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은행·생명·손해보험·캐피탈·저축은행·벤처투자 등 계열사 6곳에 대한 CEO 최종후보 추천 절차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 중 농협벤처투자를 제외한 5곳의 CEO가 교체됐다.
농협은행장에는 강태영 농협캐피탈 부사장이 내정됐다. 강 후보는 1966년 경남 진주 출생으로 대아고등학교와 건국대 축산학과를 졸업했다. 건국대 융합정보기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삼성동지점 팀장, 구조개혁추진단 NBD팀장, 카드마케팅부 카드상품개발팀장 등을 역임했으며 2012년 농협은행으로 넘어와 인사부, 전략기획단장, 올원뱅크사업부장, 디지털전략부장, 서울강북사업부장, DT부문장 등을 맡았다. 올해 초부터 농협캐피탈 지원총괄 부사장을 수행하고 있다.
강 후보는 다년간 대출 관련 업무를 수행했으며 인사·종합기획부 등에서의 근무경력과 일선 현장에서의 오랜경험을 바탕으로 탁월한 기획력과 영업력을 겸비한 인재로 평가된다. DT부문 부행장 재임 시 농협금융지주 디지털금융부문 부사장을 겸임하며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그룹 슈퍼플랫폼으로 전환하는데 앞장섰던 디지털 전문가로도 알려져있다.
농협은행이 내년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 영업력 강화 등을 주요 경영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강 후보가 이를 실현할 적임자로 꼽혔다. 강 후보는 다양한 인사경험과 변혁적 리더십을 기반으로 내부통제를 고도화할 수 있는 인물로도 평가된다.
강 후보는 또 경남 출신으로 동향인 강호동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금융지주계 핵심인 은행에 중앙회 '코드인사'가 단행되면서 계열사에 대한 강 회장의 장악력이 한층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강 회장은 올해 3월 취임 이후 캠프 출신 측근들을 주요 보직에 임명하는 등 인사권을 휘둘러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농협생명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는 박병희(58) 현 농협생명 부사장이 추천됐다. 현직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영전한 사례는 농협생명 출범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1966년생 경북 청도 출신으로 대구 청구고,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경희대학원 서양사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1994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장 등 거쳐 현재 농협생명 농축협사업부문 부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박 후보는 지역기반의 탄탄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농협생명의 신계약 CSM(보험계약마진)을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시키는 등 영업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발휘했다. 금리 인하 등으로 보험업황이 악화하고 있는 가운데 박 후보의 탁월한 영업능력으로 농협생명의 양적·질적 성장을 꾀할 적임자로 평가된다.
농협손해보험 신임 대표이사에는 송춘수(59) 전 농협손보 부사장을 내정했다. 송 후보 역시 손해보험 내부 출신 첫 대표이사다. 1965년생 경남 합천 출신으로 마산중앙고등학교와 연세대 철학과를 나왔다.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후 농협손해보험 마케팅전략본부장과 법인영업부장을 거쳐 고객지원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보험 분야에서만 20년 이상을 근무했으며 보험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실무경험을 겸비한 전문가로 알려졌다. 농협손해보험에서 상품고객본부, 농업보험본부, 마케팅전략본부, 법인영업부 등 다양한 요직을 두루 거치며 내부사정과 업무에 밝은 실무형 리더라는 평이다. 향후 수익성 중심으로 농협손보의 내실을 다지는 한편, 신성장 동력을 확보할 적임자로 꼽혔다.
농협캐피탈 대표이사 자리에는 장종환(58) 농협중앙회 상무를 발탁했다. 1966년생 충북 제천 출신인 장 후보는 제천고, 강원대 심리학과를 졸업한 후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농협금융지주 홍보부장과 농협은행 금융소비자보호부문장을 거쳐 현재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사업지원본부장으로 재임 중이다.
장 후보는 다년간의 영업경험과 언론, 마케팅 등 홍보역량을 바탕으로 뛰어난 공감능력을 보유, 고객 중심의 서비스 제공능력이 탁월한 인물로 알려졌다. 농협캐피탈 영업채널 다각화를 통한 자산 확대는 물론 소비자 보호 등 질적 성장에 기여할 인물이란 분석이다.
NH저축은행 대표에는 김장섭(59) 전 농협생명 자산운용부문 부사장을 내정했다. 1965년생 경기 여주 출신인 김 후보는 청주 신흥고,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나온 후 1991년 농협중앙회에 입사했다. 김 후보는 농협금융지주 경영지원부장,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을 맡는 등 다양한 법인과 부서를 두루 경험한 금융맨이다. 부동산PF 부실, 수익성 악화 등 어려운 저축은행 업황 속에서 리테일 중심의 경영체질을 개선할 인물로 평가됐다.
임추위는 김현진(54) NH벤처투자 대표이사는 유임하기로 했다. 1970년생인 김 후보는 연세대 세라믹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대학원 무기재료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연세대학원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공계 출신의 기술형 CEO다.
김 후보가 20년 이상 ICT, 반도체, 소재부품,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투자경험이 풍부한 VC전문가인 만큼 연임을 통해 사업 연속성을 유지하고 일관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임추위 측은 "급변하는 금융환경 속에서 회사별 특성과 사업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객중심과 고객신뢰 기반의 조직문화를 구축하고 지속성장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를 각 회사 CEO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천된 후보자들은 이달 중 해당 회사별 임추위 또는 이사회에서 자격검증 및 심사를 거쳐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2026년 12월 31일까지 2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