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한금융그룹이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던 정상혁(60) 신한은행장과 이영종(58) 신한라이프 사장을 유임시키는 한편, 13개 자회사 중 9곳의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는 대규모 인적 쇄신을 단행했다.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고자 계열사 CEO 연령대를 50대 후반에서 중반으로 낮추며 세대교체를 이뤘다. 성과주의 기조를 반영, 본부장급을 CEO로 파격 발탁하는 등 전반적으로 조직쇄신과 세대교체에 방점을 둔 인사로 평가된다.
신한금융지주는 5일 오전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13개 계열사 중 4개 계열사 CEO를 유임시키고 9곳은 교체하는 내용의 사장단 후보 추천을 진행했다.
이날 인사로 유임된 CEO는 △정상혁(60) 신한은행장 △이영종(58) 신한라이프 사장 △이승수(57) 신한자산신탁 사장 △강병관(47) 신한EZ손해보험 사장 등 4명이다.
새롭게 내정된 CEO는 △박창훈(56) 신한카드 사장 △이선훈(56) 신한투자증권 사장 △전필환(59) 신한캐피탈 사장 △이희수(60) 제주은행장 △채수웅(56) 신한저축은행 사장 △민복기(54) 신한DS 사장 △김정남(56) 신한펀드파트너스 사장 △임현우(56) 신한리츠운용 사장 △박선배(54) 신한벤처투자 사장 등 9명이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이번 CEO 인사의 주요 방향성은 △고강도 인적쇄신을 통한 조직체질 개선 △경영능력 입증된 CEO는 연임해 일관성 있는 미래전략 추진 가속화 △세대교체를 통한 차세대 리더 발굴 등이다.
특히, 이번 인사에는 '바람이 바뀌면 돛을 조정해야 한다'는 진옥동(63) 신한지주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그동안 진 회장은 '전시 중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기조로 '안정'에 방점을 두고 인물을 기용해왔다. 그러나 금융환경과 그룹을 둘러싼 경영환경 변화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인적 쇄신을 통한 조직 체질개선이 시급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유임된 CEO들 중 정상혁 행장의 경우 뛰어난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신한은행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3조102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내는 등 정 행장 체제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횡령, 부당대출 등 각종 금융사고를 일으킨 다른 은행들과 달리 내부통제 이슈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특히, 정 행장은 성과주의 인사 기조에 따라 연임 시 1년씩 임기를 부과하는 관례를 깨고 2년의 임기를 부여 받았다.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은 임기 1년으로 연임 추천됐다. 이 사장은 생명보험업계 '톱2'를 목표로 수익성·건전성 강화에 성공, 대형 생보사들을 위협하는 성장세를 시현했다. 자경위 측은 이 사장 체제에서 신한라이프가 '톱티어(Top-Tier)' 생보사로의 도약에 나설 것으로 평가했다.
신한자산신탁은 이승수 사장이 재선임 추천됐다. 리스크 관리와 조직 내부통제에 대한 여러 취약점들이 드러난 가운데 당면 이슈를 신속하게 수습할 적임자로 평가됐다. 신한 EZ손해보험 강병관 사장은 어려운 경영환경을 빠르게 극복하고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재선임 추천됐다.
◇카드·증권 등 비은행 핵심 계열사 '교체'···'체질개선' 과제
신한카드 신임 사장에는 박창훈 카드 본부장이 신규 추천되면서 '파격 인사'의 주인공이 됐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신한카드 CEO로서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본부장에서 바로 추천된 사례는 이례적이다. 박 본부장은 Payment 그룹과 신성장본부, 영업추진팀 등 디지털 및 영업관련 핵심부서를 거친 경험을 바탕으로 신한카드를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시키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인사는 그룹의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실현할 인물을 기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밸류업을 위해선 신한카드의 성과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1위권인 신한카드는 2위권 사업자와의 격차가 축소되는 등 차별화된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자 CEO를 교체, 체질 개선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신한투자증권의 경우 김상태(59) 사장이 지난 8월 발생한 1300억원대 파생상품 손실 사고로 사임함에 따라, 조직을 수습하고 체질개선을 주도할 후임 CEO로 이선훈 신한투자증권 부사장을 발탁했다.
이 부사장은 1999년 신한투자증권에 입사해 리테일분야와 전략기획을 담당했다. 이후 외부 증권사 대표이사를 거쳐 다시 복귀한 인물로 내부 이해도와 외부 관점의 객관성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현재 파생상품 사고 후속조치를 위한 '위기관리·정상화 TF' 위원장을 맡고 있는 만큼 조직 쇄신 적임자로 판단됐다.
신한캐피탈은 전필환 신한은행 부행장이 신규 추천됐다. 전 부행장은 디지털사업과 영업추진 전반을 아우르는 경험을 보유한 인사로, 신한은행 일본 현지법인 SBJ 법인장을 역임하며 탁월한 경영관리 역량을 발휘했다. SBJ 법인장 재임 시 IB 데스크를 구축하고 Investment Banking Team을 신설하는 등 IB 진출 초석을 다졌다. 전략적인 통찰력과 강한 업무추진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다.
제주은행장에는 이희수 신한저축은행 사장이 내정됐다. 이 사장은 은행계 저축은행 중 수익성·건전성 1위를 달성하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 받았다. 지역은행의 한계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제주은행의 정체성을 수립하는 것이 이 사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신한저축은행 사장으로는 채수웅 신한은행 본부장이 신규 선임 추천됐다. 차세대 경영진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퓨처AMP'에 참여중인 채 본부장은 리테일 영업 및 브랜드홍보 분야 전문가다. 경영진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자회사 CEO로 추천된 만큼 세대교체를 통해 그룹 차세대 리더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아울러 신한DS 신임 사장으로는 그룹 내 ICT 분야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민복기 신한은행 본부장이 추천됐다. 신한펀드파트너스와 신한리츠운용은 김정남 신한은행 본부장과 임현우 신한은행 본부장이 각각 신규 선임 추천됐다.
신한벤처투자 신임 사장으로는 박선배 우리벤처파트너스 전무가 신규 추천됐다. 박 전무는 20년 이상 VC업계에 몸 담아온 업계 베테랑으로 벤처투자 사이클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높게 평가 받았다.
자경위는 이번 인사에 대해 "자회사 CEO 교체폭을 확대해 조직 내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포착, 선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신한카드, 신한저축은행뿐 아니라 신한DS, 신한펀드파트너스, 신한리츠운용도 본부장급에서 CEO로 전격 신규 추천하며 직위보다 경영능력 등 CEO로서 갖춰야할 역량을 중시하는 인사 방향성을 더욱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자경위에서 추천된 대표이사 후보들은 각 자회사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검증을 거친 후 이사회·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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